예측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녀와의 7일』은 『라플라스의 마녀』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시리즈의 전작들이 과학적 결정론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치열하게 겨뤘다면, 이 작품은 훨씬 더 조용하고 인간적인 결말을 향한다. 제목 그대로, 이야기는 단 ‘7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마도카와 한 소년의 만남과 이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이 7일은 결코 단순한 일주일이 아니다. 이는 마도카라는 인물의 가장 사적인 시간, 즉 ‘마녀’가 아닌 한 사람의 삶으로 잠시 돌아간 시간이다.
주인공 사쿠마는 불의의 사고 이후 죄책감과 무기력에 빠진 청년이다. 그런 그 앞에 마도카가 나타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녀는 여전히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세상의 이면을 읽어내는 냉철함도 변함없다. 하지만 사쿠마와 함께하는 일주일 동안의 마도카는 이전의 ‘라플라스의 마녀’와는 다르다. 그녀는 사쿠마에게 조용히 다가가, 무너진 그의 삶에 조금씩 균열을 만든다. 말없이, 강요하지 않고, 단지 ‘함께 있음’으로써.
이 작품의 핵심은 단연 ‘예측 불가능성’이다. 과학으로 세상의 대부분을 읽을 수 있다 해도, 인간의 감정만큼은 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일주일 동안 천천히 증명된다. 사쿠마는 처음엔 마도카의 말에 냉소적이고 무관심하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가진 어떤 진심과 비의(秘意)에 점차 끌리게 된다. 마도카 또한 사쿠마를 단순한 관찰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과학이나 계산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로 이어진다.
『마녀와의 7일』은 이전 두 작품에서 다소 비현실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마도카라는 인물을, 정확히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작품이다. 그녀는 더 이상 초인적 능력을 가진 예언자나 실험의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으로서, 삶의 경계에서 마지막 온기를 찾아가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일주일은 마도카에게도 하나의 ‘실험’이었다. 사람과 연결되는 삶은 가능할까, 그 온기는 믿을 수 있을까.
히가시노는 이 작품에서 ‘과학’이 아닌 ‘감정’과 ‘변화’를 중심에 둔다. 이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세계 안에서 살아온 마도카는, 사쿠마라는 한 사람을 통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감정에 노출된다. 그 감정은 두렵고 낯설지만, 동시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과학이 모든 것을 밝혀내는 순간에도, 사랑과 신뢰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임을 이 작품은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선언한다.
이야기의 끝에서 마도카는 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사쿠마는 그녀를 붙잡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남긴 일주일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깨달은 감정만을 품고 앞으로 나아간다. 마도카가 사쿠마에게 남긴 것은 ‘정답’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어떤 공식이나 이론보다 더 깊이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다.
『마녀와의 7일』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조용한 반전이다. 가장 과학적이던 마도카가 결국 가장 인간적인 존재로 귀결되며, 작가는 ‘과학의 승리’가 아닌 ‘감정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말한다. 인간은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사랑할 가치가 있다고. 그리고 때로는, 단 7일이 영원을 바꾸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