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흉기』

인간이 만든 가장 정교한 무기

by 엔시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름다운 흉기』는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를 넘어서, 인간이 가진 폭력성과 죄책감, 그리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잔혹함을 정면에서 다룬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흉기와 결합시켜 복잡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살인사건으로 시작되지만,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은 사회의 눈으로 보면 피해자이자 생존자다. 그들은 과거의 상처와 폭력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고, 한때 육체적 능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였던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영웅’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되었고, 시간이 지나자 사회는 그들을 버린다. 그 결과, 그들은 ‘아름다운 흉기’로 다시 태어난다. 이 소설이 말하는 ‘흉기’란 단지 살상도구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가 만들어낸, 인간이 만든 가장 정교한 폭력의 형상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과거와 싸운다.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부정하며, 또 누군가는 정면으로 맞선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폭력적인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내리는 선택은 결코 단순한 복수나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려는 몸부림이며, 더는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저항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에서의 폭력은 공포스럽지만, 동시에 처절하다.


작품의 주제 중 하나는 ‘몸’이다. 한때 훈련과 단련을 통해 최고의 무기가 되었던 그들의 신체는, 이제 더 이상 스포츠나 영광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자신을 위협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몸을 또 다른 형태의 무기로 바꿔버린다. 이 설정은 인간의 존엄성은 언제, 어떻게 파괴되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어진다. 몸이 상품이 되었을 때, 그 상품이 파기되는 순간 인간성도 함께 파괴된다. 히가시노는 이 점을 극도로 냉정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또한 『아름다운 흉기』는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선악의 이분법을 철저히 거부한다. 피해자는 동시에 가해자가 되고, 정의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독자는 끝까지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하는지 혼란을 느낀다. 그러나 바로 그 혼란 속에서 이 소설은 빛난다. 우리는 쉽게 말할 수 없다. 누가 옳았는지, 누가 더 나빴는지를. 이 모호함은 현실과 닮아 있다. 히가시노는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독자에게 직접 판단하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 앞에 날카롭고 반짝이는 흉기 하나를 내려놓는다.


『아름다운 흉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폭력성과 인간 심리를 가장 직설적으로 파고든 작품 중 하나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한다. 가장 무서운 흉기는 칼이나 총이 아니라, 이 사회가 만들고도 외면한 사람들 그 자체라고.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은, 때로는 흉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용의자 X의 헌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