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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샷뜨아 Feb 22. 2023

오래 볶아야 맛있다.

볶음밥을 망치지 않는 방법

체질적으로 타고난 오감 중에 미각은 익숙한 것을 추구하면서도 반복적인 것에는 쉽게 질린다. 우리 집은 어른도 아이도 아침, 점심, 저녁 메뉴가 같은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매 끼마다 메뉴를 생각하다 보면 머리에 쥐가 난다. 냉장고 속의 재료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요즘 읽고 있는 도서 '믹스 MIX'의 내용이 떠오른다.      



저자는 이 시대 최고의 생존 전략으로 '믹스' 하라고 제안한다. 이미 포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더 잘하려고 노력할수록 뻔한 아이디어, 뻔한 제품, 뻔한 콘텐츠만 나오게 되니 잘하려 하지 마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섞으면 놀랍도록 멋진 결과물이 나오니 사람들이 좋아한다. 다만 잘 섞어야 한다. 성공한 사례들을 믹스의 관점으로 소개해 두었는데 그 기발하고 독특함에 머리를 탁 쳤다. 이미 익숙해져 있고 알고 있었던 건데 믹스 마케팅이라고 정의해 주는 지식의 발견이었다. 자연스럽고 어렵지 않으니 나의 일상도 믹스의 관점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개학을 하면 다양한 학교 급식으로 대체될 점심시간. 섞는 것을 시도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반찬이 필요 없는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볶음밥, 어제와 다른 볶음밥으로 무엇을 섞어 볼까?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혹은 덮밥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볶음밥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그동안 섞어본 재료들 중에 아이들 입맛에 성공 확률이 높았던 환상의 짝꿍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우삼겹과 깍두기, 스팸과 양파, 오리고기와 파프리카, 닭갈비와 콩나물, 베이컨과 김치, 햄과 감자, 어묵과 당근, 두부와 소고기

고기와 야채가 짝을 이루어 밥과 기름을 만나면 영양소가 고루 갖춰진다. 고슬고슬하고 양념이 충분히 밴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스 불을 중간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료의 수분이 최대한 날아갈 수 있도록 충분히 볶아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뒤적거려야 한다. 한때 볶음밥이 가장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센 불에 볶아서 후다닥 해치우려고 했다가 질퍽이고 싱거운 볶음밥을 먹어야 했다. 재료 손질시간과 볶는 시간을 고려하면 볶음밥은 더 이상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다. 


요리 잘하는 방법은 차고 넘친다. 검색창에 볶음밥 레시피를 치기만 하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가 매번 성공적이지 않은 것은 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절망적이다. 요리가 서툴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요리 망치지 않는 방법에 대해 기록해 보고자 한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똑같은 비주얼의 볶음밥이지만 새로운 재료, 색다른 맛이 필요하다.   

요리의 시작과 끝을 습관대로 하다 보면 새로움이 없어지니 습관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볶음밥 재료로써 계란은 최대한 피한다. 계란을 넣으면 모든 볶음밥의 맛이 다 똑같아지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계란은 섞지 말고 프라이 상태로 얹어서 비벼 먹는 것이 별미를 더할 수 있다. 만약 계란 볶음밥을 만들더라도 계란은 깨어서 스크램블 하듯이 따로 볶아야 함을 잊지 말자. 계란을 재료 위에다 바로 깨서 뒤적거리면 계란죽이 되어 버릴 테니까. 

파를 먼저 볶아서 파 기름을 내는 것도 좋지만 모든 볶음밥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들어갈 때 파 기름으로 볶으면 불맛이 느껴지는 중화요리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다.  

간을 맞추는 양념으로는 고추장, 굴소스, 치킨스톡, 소금 등이 있는데 재료마다 어울리는 양념들이 각각 있다. 한 요리에 한 양념으로만 간을 맞추는 것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마무리할 때에도 참기름 한 방울과 참깨만 사용하지말고 가끔은 바질이나 파슬리로 마무리해 보자. 

부대끼지않을 정도의 색다름을 첨가할 수 있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 믹스를 더하여 매일이 똑같은 삶에 재미라는 차별화가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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