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얼마나 멋있게요
서은국 교수. 지금은 폐지된 [차이 나는 클래스]라는 방송에서 처음 그를 보았다. '행복'에 관한 우리나라 최고권위자라는 소개와 함께 나타난 그는 여타의 다른 강연자들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나는 어느새 그가 말하는 내용보다 그가 말하는 방식, 다른 패널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관찰하는데 빠져들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여타 강연 방송이 그러하듯 강연자가 이러쿵저러쿵 내용전달을 하면 패널들이 흥미로운 듯 질문이나 추임새를 넣는다. 대본대로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본인의 반응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패널의 역할은 그런 것이다. 늘 보던 프로그램인데 이번엔 강연자가 뭔가 좀 다르다. 뭐랄까. 어떤 면에선 좀 무성의해 보인달까? 그렇다고 또 반응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닌데. 패널들의 인위적인 추임새엔 거의 무반응이고 질문 같은 질문에는 간단히 답변하고는 자기 얘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와, 이거 신선한데?
이런 류의 강연 방송에서는 강연자가 보통 패널의 반응에 크게 호응해 준다. 패널이 아무 말이나 던져도 좋은 포인트라며 칭찬하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하하 호호 넘어가는 게 보통인데, 이 사람은 뭔가 다르다. 그에게는 TV에서 보는 보통의 강연자들이 가진 기능, '과잉친절'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 혹시 무뚝뚝하거나 퉁명스러운 사람일까? 나는 새로운 인간을 관찰하는 재미에 젖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강연이 끝났을 때 나는 완전한 그의 팬이 되어 있었다.
그는 얼마 전에는 [유퀴즈]에도 나왔다. 이미 그의 책도 읽고 강연도 여러 번 보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출연 소식이 반가워 일부러 프로그램을 챙겨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는 그의 메시지보다 그의 태도에 빠져들고 말았다. [유퀴즈] 정도면 대한민국 간판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무리 없을 유명한 프로그램인데, 그는 평소와 같이 전혀 꾸미지 않은 자연인(?)의 모습으로 출연했다. 게다가 임플란트 시술 중인건지 앞니도 하나 없다. 그는 어딘가 불안이를 닮았다. 행복을 연구하는 분인데 왜 이렇게 안 행복해 보이냐는 유재석 씨의 농담에 그가 웃는다. 그러자 빠진 앞니 자리가 모습을 훤히 드러낸다. 그는 꾸밈이 없다. 전혀.
그가 일하는 연세대 강의 안내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한다. '이 수업을 듣는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이러한 경고 문구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의는 언제나 인기가 높다. 그리고 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이러한 그의 일관된 태도는 그의 책에서 더욱 잘 드러나있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그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체에서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일단 쉽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학문적인 이야기를 이런저런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도 친구에게 e메일에서 사용할 법한 가벼운 문체로.
그렇다. 그는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1도 없다. 내용도 북마크를 수북하게 붙이며 읽을 정도로 신선하고 좋은 내용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담백한 태도가 가장 울림을 주었다.
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 이것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 살아가는가. 그것이 부의 과시이든, 학력의 과시이든, 명예의 과시이든 우리는 몸집을 부풀려 보이는 데 익숙하다. 월급날, 급여통장에 흔적만 잠시 남겼다가 이내 빠져나가버리는 카드값에서 '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의 비중은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그가 신선했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고, 그러니까 작은 행복을 자주 누려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도 너무나 좋았지만 나는 역시 그의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든다. 교수라면 이 정도의 행색을 갖추고 이 정도의 학식 있는 문체를 사용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사회적 편견을 그는 툭 타파해 버린다. 가볍게 등장해서 할 말을 하고 떠날 뿐이다.
행복하려면 남의 시선을 덜 신경 쓰고, 남에게 자신을 부풀려 보이려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아껴 내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그가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다. 덜 꾸며서 어딘가 약간은 허술해 보이는 그의 외모와, 학식의 깊이를 버리고 쉽게 내용을 전달하는데 힘을 쓴 그의 담백한 문체를 나는 애정한다.
여기까지가 일면식 없는 내가 그의 팬이 된 경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