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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김미 Jun 24. 2024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이해가 시작된다

몇 년간 MBTI가 떠들썩하다. 상대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마법 같은 알파벳이다. 인사를 하듯 MBTI를 물어본다. 대답에 따라 반응은 꽤 다르다. 같은 알파벳끼리는 서로 격하게 공하고, 알파벳이 다르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마치 MBTI가 정체성이라도 되는 듯 자신을 간단명료하게 정의한. 생각이 어긋난 때에도 MBTI를 듣고 나면 '아~너 0000구나?' 수긍을 한다.




베를리 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독일어와 한국어를 알려주는 언어교환모임이었다. 한 명씩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각자 자리에 앉아 음료를 주문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독일인 친구가 피곤하다며 일어섰다.


'보통은 다 같이 헤어지지 않나?'


머지 친구들은 이런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배웅해 주었다. 이후에 다른 모임에서도 먼저 집에 가는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누구도 붙잡지 았았고, 가야 할 이유에 대해 핑계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한국에서의 모임은 어땠을까. 갑자기 집에 간다고 하면 아우성을 치며 붙잡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먼저 가?' '조금만 더 있다 가.'


더 놀고 싶은 마음에 가려는 친구들을 쉽사리 보내주지 않았다.




고등학교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1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식장에서 동창회라도 하듯 우리는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했다. 식은 30분 만에 끝났고, 옹기종기 모여 뷔페에 갔다. 식사를 마친 후 몇몇 친구들이 먼저 간다는 인사를 다. 그 순간 모두 한국의 정이 발동된 걸까. 다들 한 마디씩 거들며 그녀를 붙잡았다. 그때 친구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혼식 참석부터 뷔페까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어.

이제 나도 쉬어야 해.' 


그녀는 마지막으로 함께 셀카를 찍고 식장을 떠났다. 오랜만에 만나 친구들과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먼저 자리를 뜬 친구들은 사람 많은 곳에 있으면 에너지를 빼앗긴다고 했다.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이해해보려 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던 미성숙한 시기가 있었다. 다른 성향에서 비롯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고, 때로는 오해가 생겼다.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억지로 상대를 맞추려 했다. 10년의 세월을 함께 한 친구에게도 꽤 다른 성향을 발견할 때가 있다. 같은 배속에서 나온 형제도 다른데, 타인은 얼마나 다를지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해외에 살다 보면 다름을 인정해야 할 순간이 많다. 한국에서 금기시되는 행동도 외국에서는 서스름 없다. 그중에 누드 비치와 남녀 공용 사우나는 상상치 못 할 문화다. 처음 만나면 당연히 묻던 나이도 이제는 상대방의 나이를 모른 채 지낸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니 이해가 시작되었다. 이해는 꽤 편안한 감정이다. 상대를 애써 설득할 필요도 없고, 괜한 오해를 받지 않아도 된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할수록 그 사람을 알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단조롭지 않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피부색깔부터 언어까지 모든 게 다른지만 편견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다름이 가득한 이곳에서.


다르면 다른데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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