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무엇을 이룬 다음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알아차리는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얼마 전, 아들의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이틀 동안 학교를 오가며 책을 정리하고, 아이 반 친구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특별한 시간이었죠.
누군가에겐 소소한 일일 수 있지만, 제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하루였습니다.
아이에게는 "우리 아빠가 학교에 왔어!" 하는 자랑이었겠지만,
저에게는 “아들과 같은 공간에서 머물 수 있는 지금”이 너무도 의미 있었습니다.
아이의 친구들이 장난치는 모습, 아들이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모습,
도서관에 들른 담임 선생님과의 짧은 대화까지.
그 모든 장면이 제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했던 건, 내가 지금 이걸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평일 낮에 학교 봉사라니’ 하고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회사 일이 우선이라는 핑계로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육아휴직 중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일들이 있고, 지금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앞으로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이 여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요.
'찰리 멍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연한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산다.”
맞습니다.
지금, 아이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이 시간.
아이와 대화하고, 아이의 학교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이 기회.
모두가 당연하지 않기에 더 감사하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감사를 어떤 성취의 보상처럼 여깁니다.
무언가를 이뤄낸 다음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처럼 말이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감사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눈을 돌리는 순간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혹시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있진 않은지,
눈앞에 있는 일상과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죠.
결국 중요한 건,
감사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감각 아닐까요?
이번 도서관 봉사활동도 처음엔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 제게 더 큰 선물이 되어 있더군요.
교실 풍경,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와 나눌 수 있는 학교 이야기...
그 하루는 육아휴직 중 가장 따뜻하게 마음에 남아 있는 날이 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과거의 나에겐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소중히 바라보고 있는가?"
삶의 깊이는 특별한 날이 아닌, 평범한 날들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깊이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차릴 때 생겨납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는 법.
그걸 배우는 하루하루가, 결국 우리 삶을 진짜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요?
+@
일단 시작합시다.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