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전시회를 다녀왔다. 영국을 너머 전 세계를 사로잡은 90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90세 할머니 작가’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쓰여 로즈 와일리 작가를 알리고 있었다.
입구에서 챙겨놓은 리플릿을 읽어보니 미술대학을 다니다 결혼과 함께 꿈을 포기하고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던 로즈 와일리는 45세가 되던 해에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아티스트로서 조명받지 못했지만 매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로즈 와일리. 지금 내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에 꿈을 위해 다시 도전을 했다는 것과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는 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를 흔들었다.
자신의 일상 속에서, 영화와 스포츠에서, 다양한 상황에서 영감을 얻어 자유분방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참 재미있었다. 모든 작품들이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깔을 잘 어우러지게 사용하여 눈이 즐거웠고, 발랄한 표현들에 관람하는 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는 순간들도 소중했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한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핑크색 옷을 입고 스케이트를 타는 여자의 모습이었는데, 뱃살이 가득한 체격과 즐거운 듯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이 나와 닮아 있었다. 아이에게 “저 그림 속 여자 엄마랑 닮지 않았어? 뱃살이 똑같아. 그렇지?” 하니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깔깔 웃어댔다. “뱃살이 쪄도 표정이 즐거운 것도 똑같아.” 하고 말하자 “진짜 엄마 같아.” 하고 대답했다. 요즘 매일 인생 최대 몸무게를 (심지어 아이들 만삭 때보다도 더) 갱신해나가고 있지만 매일이 즐겁고 신난다. 작품 속 핑크 스케이터처럼 말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핑크 스케이터가 멋져 보이는 동시에 그와 꼭 닮은 나도 멋지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나는 내 나이보다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
화가 로즈 와일리, 열정적인 그녀의 작품들, 그리고 핑크 스케이터를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스스로를 멋지게 만드는 일이다. 오늘도 하고재비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