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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재비 Jan 02. 2024

노래를 부르면

하고재비_노래이야기

  “안녕하십니까! 1학년 12반 ○○○입니다. 취미는 노래 부르기입니다.” 맨 처음 무대에서 노래했던 건 고등학교 연극부 오디션이었다. 그전까지 아무렇지 않던 심장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자마자 아주 크고 빠르게 뛰었다. 내 심장 소리가 무대 아래까지 들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전까지 누가 나에게 노래를 잘한다고 칭찬한 적도 없고, 어디 가서 노래 한번 불러보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무슨 용기가 나서 오디션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난다.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노래를 불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땐 스스로 제법 잘 불렀다고 생각했다.      


  지금 떠올려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 노래와 함께 한 기억이 많다. 우리 집 전축에 꽂혀 있던 카세트테이프에는 박남정 노래를 부르는 서너 살 된 내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었고, 어린 시절 노랫말이 예쁜 동요들을 불러주시던 엄마의 목소리는 아직도 귀에 맴돈다. 아버지 차를 타고 여행을 다닐 때는 가는 내내 동생이랑 말도 안 되는 노래를 지어 부르며 “이거 원래 있는 노래야!” 하고 우겨대던 기억, 부모님을 따라갔던 노래방에서 동네 아주머니가 부르시던 ‘소양강 처녀’를 마치 아는 노래처럼 흥얼흥얼 따라 불렀던 기억도 난다.      


  첫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던 경험은 꽤나 짜릿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않을까? 그때부터 내게는 노래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덜컥 고등학교 축제 가요제에 신청서를 냈다. 어라? 그런데 예선을 통과해 축제 무대에 서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그 경험으로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가졌다. 연극부 활동을 하며 연기와 무대에 대한 갈증을 채워갔고, 친구랑 노래방도 열심히 다녔다. 대학생 때는 라디오 지역방송에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상품도 받아보고, 학교 가요제에도 여러 번 기웃거렸다.      


  사실 내가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냥 노래 부르는 것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참 즐거웠고 행복했다. 지금은 그 많던 꿈을 뒤로하고 현재를 살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노래를 부르는 내 목소리가 좋다. 노래를 부를 때 내 모습이 좋다. 노래를 부르면 행복해지니까.


  오늘은 코인노래방이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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