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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재비 Dec 28. 2023

드럼초보

신나는 나의 새로운 취미


  드럼을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에 남편은 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가 그리 하고 싶은 게 많은지…’ 표정을 보니 아마도 이런 말을 꾸역꾸역 속으로 삼켰으리라.

  내가 생각해도 나는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그게 뭐 어때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거지!’ 하고 멋들어지게 포장을 해보지만, 건설적이지 않은.. 쉽게 말해 돈 되는 일이 아닌 것에 시간과 열정을 쏟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돈 안 되는, 오히려 돈을 쓰게 만드는 나의 취미들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여자로, 아내로, 엄마로, 더 보태서 일하는 여자, 아내,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감내하게 한다. 그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내게 취미생활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하고재비, 요즘 나를 칭하는 말이다. 나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그렇게 표현한다. 이토록 찰떡같이 잘 어울리다니! 나는 하고재비다. 내 몸에서 도파민이 더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면 언제든 노래하고, 드럼을 치고, 글을 쓴다. 그렇게 도파민을 채우고, 스트레스는 날려버린다. 술도 담배도 아닌 이 얼마나 건강한 방법인가!


  드럼 스틱을 쥐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발은 페달 위에 올려둔다. 정직한 메트로놈 소리에 맞춰 드럼스틱을 신나게 움직여 소리를 내본다. 메트로놈의 숫자가 올라갈수록 드럼 스틱은 신이 나서 움직인다. 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심장이 뛴다. 심장소리인지 북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무엇이어도 상관없이 짜릿한 순간이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하고재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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