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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재비 Dec 26. 2023

우리가 함께 한 뜨거웠던 여름

아이 둘과 함께 한 태국 한 달 살기

  14년 전 혼자서 배낭 메고 훌쩍 떠났던 그곳. 태국은 내게 특별한 나라다. 내가 좋아하는 나라에 우리 아이들도 함께 가보고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오리라 다짐했다. 이번에는 나 혼자 여행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여행을 즐겨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도시를 옮겨가며 하던 여행이 아닌 우리가 살 집을 구해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태국을 느껴보는 것.


  주변의 걱정과 우려에 나도 덩달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기대감이 컸다. 너희들은 얼마나 느끼고 어떤 여행을 경험할지, 우리들이 타지에서 얼마나 더 끈끈해질지 설렜다.


  하지만 관광처럼 다니던 일주일이 지나고부터 아이들은 친구들이 없는 이곳이 심심해졌고 엄마가 제안하는 곳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치앙마이에 있는 여러 키즈카페만 찾아다니게 되고 집에서 영화 보고 닌텐도 하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


  아들 발가락 골절이 나은 직후에 떠난 여행이라 처음에 많이 안 걷도록 조심했더니 나중에는 조금도 걸으려 하지 않았고, 벌레에 취약한 딸은 자연 속 치앙마이가 힘들었다.

 ‘아, 전부 내 욕심이었구나! ‘ 슬럼프에 빠져 혼자 애들 재워놓고 울기도 하고 그냥 다 포기하고 돌아갈까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매일 함께 하는 물놀이가 즐거웠고, 아들은 태국음식에 눈을 떠 늘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며 식사시간이 행복했고, 딸은 엄마 손 잡고 산책하는 것도, 곳곳에 고양이와 보내는 시간들도 좋아했다. 외국인 여행객들과 태국현지인들에게 말을 걸고 인사를 나누는 것도 즐거워했다. 무엇보다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기본 여행영어회화도 늘었다.

  여행 중반쯤 같은 콘도에 사는 한국인 가족과 친해져 함께 공동육아를 하기도 하고, 가족지원군들이 치앙마이로 오기도 하며 나의 치앙마이 살기를 응원해 주었다.


  35일을 보내고 그동안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니 그래도 우리 애들 많이 웃고 있네. 순간순간 즐거웠었네. 어디 어디가 좋았고, 다음에 또 오고 싶고, 또 다른 나라에도 가보자고 하는 거 보니 벌써 힘들었던 기억은 흐려지고 좋은 추억만 떠오르나 보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야. 벌써 그리워지는 거 보면…


우리가 함께 한 태국에서의 시간이 행복한 추억이 되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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