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긴장 속에서 나를 다독이는 시간
오랫동안 준비했고, 꼼꼼히 챙겼다고 생각했는데도 불쑥 찾아오는 긴장을 피할 수 없었다. 긴장은 예고 없이 다가왔고,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오래된 공포가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여행지에서 겪었던 전남편으로부터의 두려운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는 내 걱정과는 다르게 예상보다 내 말을 잘 따라주었고, 처음부터 설레고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다. 그 밝은 표정을 보는 순간, 오랫동안 고민하며 준비한 이 모든 시간이 충분히 의미 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아이가 이렇게 좋아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제 중요한 건, 나의 긴장된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차분히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긴장할수록 천천히, 하나씩 하자고 다짐한다. 나의 내면에 남은 상처가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드는 것이 가끔 슬프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이다. 잘못했을 때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면 된다. 아이도 낯선 환경에 얼마나 긴장되겠는가. 나보다 더 이해하고 기다려줘야겠다.
말하기 좋아하는 아이는 자동 번역기를 설치해달라고 한다. 아직 낄끼빠빠 연습이 필요한 상태다. 내가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자꾸 끼어들어 질문을 하고 싶어 했다.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자연스럽게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통하면 소통하며 배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고민한 후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
오늘은 아이가 직접 세운 여행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한 날이다. 오전에는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산책하며 여유를 부리고, 오후에는 가까운 까사밀라와 보케리아 시장을 둘러보고 장을 본 뒤, 해변에서 바닷가 풍경을 즐길 계획이다. 혹시 바다에서 수영을 하게 될까 싶어 수영복과 방수팩, 아쿠아슈즈도 챙겨왔다. 아침 일찍 마트에 다녀오고 싶었지만, 시차 때문인지 아이는 아직 꿈나라다. 급한 일정이 없으니 조금 더 자게 두고, 어제 저녁 식당에서 남겨 싸온 음식과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식량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는 특별히 나를 위한 옷도 몇 가지 준비했다.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으며 나를 위한 시간도 충분히 누려보고 싶다. 일에서 멀어지고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먼 여행지에 와 있으니, 오랜만에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 나는 아직 살아있다. 이렇게 작아지고 기죽기만 할 내가 아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게 바로 나다. 새로운 꿈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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