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세랏에서 다시 찾은 삶의 속도

잠시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by 부엄쓰c


몬세랏은 바르셀로나 근교에 위치한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수도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몬세랏을 여행지로 정할 때, 나는 가우디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자주 찾았을지 상상해보기로 했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사랑했지만 종종 몬세랏을 찾아 자연과 고요함 속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게 가우디의 마음을 더듬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지로 향하는 첫 발걸음부터 내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차분히 지나가기로 결심했다. 그 순간, 여유는 내 안으로 천천히 물들기 시작했다.


DSC01963.JPG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만큼, 마음의 여유도 함께 올라갔던 순간. @부엄쓰c


DSC01970.JPG?type=w1 케이블카에서 내려 마주한 몬세랏 수도원. 마음의 속도가 천천히 느려지던 순간. @부엄쓰c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의 카페에 도착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니, 문득 "여기서 1년쯤 수련하며 지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꽉 찬 일정과 끊임없이 해야 할 일들로 숨이 막힐 듯했던 나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진정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그때 비로소, 나는 마음 깊숙이 내가 얼마나 휴식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우리는 십자가 전망대를 향해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풍경은 이미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지만, 오르는 길이 예상보다 가파르고 힘들었다. 중간쯤 다다랐을 때는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목적지까지 겨우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마침내 십자가 전망대에 도착해 눈앞에 펼쳐진 몬세랏의 전경을 바라보자 절로 "우와~!"라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DSC02098.JPG 십자가 전망대에서 바라본 몬세랏. 잠시 멈추었기에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풍경. @부엄쓰c


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그리 걱정이고, 무엇이 그리 바빴던 걸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처럼, 삶도 때론 흔들리며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은 것이 아닐까. 그 순간 내 마음속 작은 목소리가 나에게 말했다. "잘하고 있어, 충분해. 다 잘 될 거야."


사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이미 느끼고 있던 것이지만, 몬세랏에서의 고요한 시간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 깨달음이 있었다. 평소 나는 아이가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하고 자주 다그쳤다. 하지만 여행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설명하고 들어주었을 때, 아이가 누구보다 진지하게 듣고 깊이 생각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를 가진 후에야 아이의 진짜 모습을 더욱 또렷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SE-64197bad-d802-4dc7-b76c-6cdf0a271f4b.jpg?type=w1 십자가 전망대로 오르는 아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신기해한다. @부엄쓰c


몬세랏에서의 하루가 서서히 저물어갈 무렵 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삶에는 잠시 멈춰야만 비로소 보이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느린 속도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의 속도라는 것을.


DSC02164.JPG?type=w1 두 개의 촛불에 담은 우리 마음의 소원. 따뜻한 빛이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부엄쓰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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