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겨울방학을 해서 쉬고 있는데, 나는 더 바빠졌다.
내 공부와 아이의 학업을 동시에 챙기려니 몸이 세 개도 부족할 지경이다. 초등학생으로서 마지막 겨울방학을 지내는 아이는 곧 중학생이 된다. 청소년이 된다는 뜻이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와 크기만큼 나와의 거리는 멀어질 것이다. 시원섭섭하지만 아니, 서운하지만 그건 자연의 이치라 할 만큼 당연한 일. 이제껏 챙김이 부모의 몫이었다면, 이제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로 바뀌어야 한다.
초등 6년을 잘 보낸 후 겨울방학을 했고, 크리스마스가 되고 해서 아이가 그토록 원하던 PC를 사줬다. 초등 1학년 겨울방학 때 사 주고 이번이 두 번재인데, 이번 PC는 조금 더 특별하다. 그동안 배우고 익힌 컴퓨터 실력으로 제가 원하는 스펙으로 무장한 '조립형 PC'를 사준 것이다. 아이 말로는 'PC방보다 훨씬 나은 스펙' 이라는데, 아이의 자랑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컴퓨터칩이 매일 상승 중인 것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아이의 PC가 도착한 후 일주일이 지난 후 아이가 검토해 보니 부품 가격이 500,000원이나 올랐더라며 조금 더 일찍 사기를 잘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여느 방학보다 훨씬 더 많아진 학습량을 보면서 한편 안쓰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많이 성장한 만큼 해야 할 공부를 묵묵히 해나가는 아이를 뒤에서 보니 든든하기도 하다.
중학교 입학 전까지 '잘잘잘' 했으면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기를...누가 들으면 '지금 소 키우냐?' 하겠지만,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이제 점점 더 그러지 못할테니, 아직 시간있을 때 잘잘잘 해야지, 안 그런가.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