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무료한 실직생활(?)위해 책을 구입했다.
아이는 요즘 영어와 수학, 그리고 국어공부를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온라인 서재에 '독서록'을 쓰기로 해서 그를 위한 책을 구입한 것이다.
구입한 책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과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 마지막으로 헤르만 해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이다. 잘 알려진 세계명작이지만 초등생에게는 어렵고(읽기도 어렵지만, 이해도 어려운) 중학생이 읽기에는 약간 벅찬 정도의 책들이다. 이토록 약간 어려운 책을 고른 이유가 있다. 그래야 아이가 더 잘 몰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명저 <몰입>에서 몰입하기 좋은 환경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내용은 '너무 쉬워도 안 되고 너무 어려워도 안 된다. 열심히 노력하면 얻어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에 도전할 때 몰입이 쉬워지고 성과도 얻을 수 있다' 정도 된다.
이를 '독서환경'에 대입해 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등생 이후부터는 굳이 '어린이를 위한~' 이라던가 '청소년을 위한~' '십대를 위한~' 등의 이름이 붙은 책을 읽을 필요 없이 바로 원서를 찾아 읽는 편이 낫다. 앞서 말한 책들은 원서를 아이들이 읽기 쉽도록 저자가 아닌 '그 책을 읽은 작가'가 각색을 한 것이어서 독자가 주된 내용이나 주제는 파악할 수 있지만, 원서가 주는 전반적인 내용의 이해와 주제, 특히 원저자의 글맛을 알 수 없게 된다. 또한 앞선 책들을 읽고 나서 '난 그 책 읽었다'고 생각하고 원서 읽기를 관둘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아이는 요즘 토요일마다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고 오전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고 마저 읽고 나면 한두 시간 정도 머리를 식힌다고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하고 난 뒤, 한 두 시간에 걸쳐 독서록을 쓴다.
토요일에 벌어지는 이 모든 과정에서 부모는 일체 간섭을 하지 않는다. 온전히 아이의 시간인 것이다. 학원에서 해야 할 숙제와 공부할 것도 많지만 '2순위'로 미뤄둔다. 아이에게 토요일은 '독서가가 되는 시간'이면서 독서를 한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작가가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앞으로 3년 동안은 매주 토요일은 '아이의 시간'으로 만들 작정인데, 이 시간 만큼은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이자 청소년으로서 이성과 감성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나아가 책을 읽으면서 키워지는 집중력과 몰입, 그리고 무거운 엉덩이힘(?)은 결국 '공부머리'로 발전되어 중고등시절의 학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중학생 정도의 청소년이 되면 독서에 있어서 두 가지의 장애물을 만난다. '책을 읽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과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인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초등학생 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것이다.
사실, 책읽기에 있어서 '단계'같은 것은 없는데 굳이 따지고 들자면 '단계'는 분명하게 있다. 이런 책은 몇 단계, 저런 책은 어떤 수준 등의 구별은 없지만 어릴 때 부터 충분히 책을 읽어온 학생이라야 중학생이 되어도 두세 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 꾸준히 책을 읽어서 완독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초등시기의 독서는 단순히 '국어실력을 키운다'는 어쩌면 가장 낮은 수준의 효과가 아니라 중학생 이후의 독서를 위한 독서체력을 길러주는 훈련의 시기이면서 '책읽기는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진리를 얻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이 진리를 얻어내지 못하고 중학생이 되어서 그 시기에 어울리는 책을 읽으려고 하면 '즐거운 책읽기'가 아니라 '머리에 쥐가 나는 공부'가 되는 것이다. 독서가나 교육전문가들이 '초등학생 때에는 책읽기가 전부다'라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P.S. - 책을 읽는 아이 옆에서 함께 읽으려고 책을 주문하면서 나도 한 권 더 주문했다. 이 시대의 마키아벨리라고불리는 '로버트 그린'의 책인데, 그의 다른 책은 모두 있는데 유독 한 권이 빠져서 오늘 채워 넣었다. 그렇다면, 로버트 그린의 책을 모두 읽었느냐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다독가의 서재에 있는 책들은 거의 대부분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다. ㅡ,.ㅡ;;
만약 이 글을 읽는 친구들 중에 초등자녀가 있다면 이 점을 유념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가 책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를. 그렇지 않으면 중학생이 되어서 '시간도 없고 읽고 싶은 책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가 책 읽는 모습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고 싶다면 내가 아이의 독서활동을 위해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완성시킨 내용을 기록해서 <아이성적 올려주는 초등독서법>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으니 읽고 참고하기를.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