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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Oct 12. 2023

이걸로 쓰면, 내 아이 독서록 실력이 확~ 변해요

내 아이, 책 잘 읽는 방법(25)

앞선 글에서 아이들이 독서록 쓰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봤어요. 

요약해 보면, 


첫째, 아이들에게 독서록은 숙제이기 때문에 

둘째, 노트에 연필로 독서록을 쓰려니 손도 아프고 힘들어서

셋째, 독서록을 쓰기 가장 싫은 이유는 부모님의 지적 때문이었어요.

 

이 이유에는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있어요. 바로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않는 ‘아날로그식 연필 독서록’ 쓰기에 아이들이 매달려 있다는 거예요. 부모 세대를 생각하면 안 돼요. 소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났다’고 평가받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 어린이들에게 아날로그식 연필 독서록 쓰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거든요. 

 

우선 아이들은 노트에 연필로 글을 길게 쓴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낯설고 힘든 일이에요. 그러다 보니 내용에 충실하기보다는 '짧게 써버리자'는 식으로 대충 독서록을 쓰고, 아이 자신과 부모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독서록을 쓰고 말죠. 결국 '이렇게 대충 쓰는 독서록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에 도달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내 아이에게 '독서록 쓰기 싫으면 관둬라' 하고 부모가 말해 줄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책을 읽었으면 '책을 읽고 배우고 느낀 소감'에 대해 말해야 '제대로 읽었다'라고 할 수 있거든요. 

초등생의 독서록 쓰기의 관건은 '읽었으면 단 한 줄이라도 쓰라'는 거예요. 

그런 꾸준함이 글 쓰는 습관을 만들고, 아이로 하여금 뭔가를 읽으면 배운 바, 느낀 바를 말하고, 글로 쓰는 표현능력을 만드니까요. 꾸준히 쓰기만 하면 글쓰기 실력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어 있거든요.  



이미지 - 픽사베이


그저 '책을 읽기만 했다'면 책 읽기를 즐긴 거예요. 그것도 좋아요. 

하지만 읽은 후 느낌을 말하고, 표현하면 국어학습의 목표 즉 읽고, 듣고, 말하고, 쓰기를 모두 해결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책을 읽어야 하고, 읽었다면 느낀 바에 대해 말하고 쓸 줄 알아야 해요. 

독서록 쓰기는 국어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해요. 

어쩌면 더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르죠. 독서록 쓰기는 교과서에도 없는 내용을 '창작'해서 쓰는 작가의 시간이니까요.  



격자형 노트에 어렵게 쓴 아이의 독서록 



이쯤 되면, '읽었다면 꼭 써야 한다'는 건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그럼 질문이 하나 남죠. 


'내 아이가 어떻게 써야 잘 쓰고, 꾸준히 쓰지?'


하는 방법론적 질문이에요. 

이제부터 그 해결책을 알려 줄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키보드를 사용해서 독서록을 쓰라'는 거예요.

한마디로 알파세대에 어울리는 '키보드 독서록'을 먼저 쓰고, 그다음에 '연필 독서록'을 쓰는 거죠.


키보드 독서록 쓰기를 하면 마음껏 고쳐 쓸 수 있어요. 

작가인 저 자신도 지금 이 글을 쓸 때 '키보드'를 사용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글을 쓰다가 틀리면 언제든 고칠 수 있고, 심지어 단락을 드러냈다가 다른 곳에 붙이면서 

편하게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이미지 - 픽사베이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퇴고예요. 

앞선 글에서도 강조했다시피 세계적인 소설가 헤밍웨이마저도 '내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할 정도로 처음 글은 엉성하기 짝이 없어요. '얼마나 글을 많이 고쳐 썼느냐에 따라 문장이 달라진다'라고 작가들은 말해요. 글을 고치면 고칠수록 문장이 훌륭해진다는 뜻이죠. 


노트북이나 퍼스널 컴퓨터가 있기 전 타자기를 사용한 작가들도 

원고용지를 찢거나 화이트 잉크로 덧대어 바른 후에 타이핑을 했어요. 물론 많지는 않지만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쓰는(몸으로 글을 쓴다고 해서 '육필작가'라고도 부르죠) 작가들은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개로 지우고 쓰거나 원고지를 찢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기도 해요. 

작가가 좌절하는 부분 중 하나는 '고쳐쓰기'에요. 쓰던 글을 다시 쓰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어요. 


아이들이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글을 잘 쓰려면 고쳐쓰기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그걸 너무너무 힘들어해요.

이제 막 한글을 뗀 아이들은 '초등학생은 연필로 글쓰기를 배워야 한다'는 미명아래 여전히 네모진 사각의 칸에 연필을 쥔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 일기나 독서록을 쓰고 있어요.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고, 또 틀리면 두 번을 고쳐 써야 해요(틀린 것도 모르고 쓰는 아이도 물론 많겠죠). 아이들 손은 정교하지 못해서 지우개로 지워도 깨끗하지 않고, 자칫 힘이라도 세게 주면 종이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써야 하죠.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신경 쓰면서 글을 쓰면 '자유로운 글쓰기'는 힘들어져요. 아이들은 독서록 쓰기를 싫어하는 건 이 때문이에요.  


하지만 키보드 독서록 쓰기를 하면 이런 걱정은 사라져요.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고, 마음껏 글을 고쳐서 쓸 수 있어요. 

그래서 독서록을 쓰는 양도 많아지죠. 



이미지 - 픽사베이


"아니, 그럼 연필 독서록을 그만 두란 말이냐?"

는 생각을 할 거예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키보드 독서록'으로 고치고 새로 쓰기를 하면서 완성시킨 다음, 

'연필 독서록'을 다시 쓰는 거죠. 

보고 베끼기만 하면 되니까 연필로 독서록 쓰기를 하더라도 그전보다 한결 편하고 쉽게 느껴져요.


정리하면, 독서록 초안을 쓰고, 퇴고를 하는 건 온라인에서 하고 완성한 다음, 

독서록 공책에 베껴 쓰면 훨씬 재미있고 쉽게 글을 쓰게 된다는 거예요.  



키보드 독서록을 먼저 쓰고 난 후 한달 만에 분량도 늘고 내용도 충실해진 독서록(1)
키보드 독서록을 먼저 쓰고 난 후 한달 만에 분량도 늘고 내용도 충실해진 독서록(2)
키보드 독서록을 먼저 쓰고 난 후 한달 만에 분량도 늘고 내용도 충실해진 독서록(3)


제 아이도 2학년 말 쯤 독서록을 쓸 때 같은 고민을 했어요. 

어느 일요일 오후, 독서록 숙제를 하느라 궁싯거리는 아이를 앉히고 물었어요.


[너....독서록 쓰기가 그렇게 어렵니?]

[응, 아주 많이.]

[어떤 점이 그렇게 어려워?]

[음....]  


눈동자를 위로 뜨고 잠시 고민하던 아이가 다시 입을 열었어요. 


[책을 읽고 나서 쓰고 싶은 말이 있긴 있는데, 연필로 글 쓰는 게 너무 힘들고 귀찮아서 줄여서 쓰거든. 그런데 그렇게 줄여서 쓰는 게 너무 힘들어. 그래서 독서록을 쓰기가 싫어졌어. 사실 이런 마음이 든 건 오래 전부터였어. 숙제라서 억지로 참아가면서 꾸역꾸역 써왔는데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나도 독서록을 잘 쓰고 싶다구. 그런데 그게 너무 힘들다구!]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어요.  

전혀 생각조자 하지 못했던 아이의 대답에 저는 몹시 당황했어요. 그러는 동안 초등 저학년까지는 짧고 서툴지만 독서록을 쓱쓱 가던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부터 독서록을 쓸 때 마다 쓰고 지우기를 거듭하며 짜증을 내던 장면이 휙 하고 지나갔어요.


하지만 아이가 한글 프로그램에 키보드 독서록을 쓰기 시작하자 시간이 지날수록 독서록 쓰기에 대한 아이의 부담은 줄어들었고, 한 페이지를 겨우 채우던 독서록은 두 페이지 세 페이지로 늘어났어요. 물론 글솜씨도 놀라울 만큼 좋아졌죠. 이젠 써야 할 글이 너무 많아서 손가락이 아프다며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가 되었어요. 이 모든 것이 아이와 함께 고민하면서 찾아낸 ‘새로운 독서록 작성법’ 덕분이었어요. 



이쯤에서 '내 아이가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물론이에요, 초등 2, 3학년이라면 충분히 가능해요. 

시도해 보지 않아서 아직 모르는 것뿐이에요. 


내 아이가 키보드 독서록이 가능한 이유, 

그리고 아이들이 디지털 독서록을 쉽게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알려줄게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꾸벅.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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