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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Oct 13. 2023

내 아이의 독서록 실력, 이렇게 하면 놀랍게 좋아져요

내 아이, 책 잘 읽는 방법(26)

앞선 글에서 독서록 공책에 연필로 쓰는'연필 독서록' 전에 

한글 프로그램에 먼저 타이핑하는 '키보드 독서록' 쓰기를 추천했어요. 


우선 아이들에게 독서록은 숙제이기 때문에 싫어하고, 

노트에 연필로 독서록을 쓰려니 손도 아프고 힘들어서 싫어하고, 

대충 쓴 독서록에 대한 부모님의 지적 때문에 아이들이 독서록 쓰기를 싫어한다고 말했어요. 


내 아이의 독서록 쓰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어요. 

독서록은 받아쓰기처럼 단순한 글이 아니라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적는 글이어서 '생각'을 하면서 쓰고 완성시켜야 해요. 그래서 '고쳐쓰기'는 필수예요. 

그런데 '연필 독서록'은 고쳐쓰기가 너무 힘들어요. 

만약 저에게 아이들처럼 '연필 독서록'으로 북리뷰를 해야 한다고 했다면, 수없이 고쳐 쓰는 번거로움 때문에 지금처럼 2,000편이 넘는 북리뷰를 남기지 못했을 거예요. 



이미지 - 픽사베이


물론 초등학생이 연필을 쥐고 공책에 글을 쓰는 건 손가락 소근육이 발달되고, 

주의력도 높아지고 사고력이 커지기 때문에 꼭 필요해요. 

하지만 일기 쓰기나 독서록과 같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장문의 글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아직 어린 초등학생인 데다 그들은 말 그대로 디지털 세대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컴퓨터를 좋아해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기 위한 컴퓨터가 아니라 컴퓨터 자체를 좋아하죠. 그들이 태어날 때 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존재했던, 그래서 그 어느 세대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익숙한 디지털 세대이기 때문이에요. 

더구나 아이들은 코로나 펜데믹의 3년을 겪으면서 '컴퓨터를 통한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독서록 쓰기 방식도 아이들에게 귀찮고 힘든 방법을 고집하며 강요하기보다는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온라인에 먼저 독서록을 쓰는 방법을 추천해요. 

특히 본격적인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는 초등 3~4학년부터는 '키보드 독서록' 쓰기를 적극 권해요. 


그렇다고 해서 '연필 독서록'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먼저 '키보드 독서록'을 통해 충분히 생각하고 글을 고치면서 독서록을 쓰게 하자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들은 '낯선 글쓰기 방식'에 호의를 가질 테고 곧 익숙해질 거예요. '키보드 독서록'을 시작하면 기존의 '연필 독서록'으로 글을 쓸 때 보다 훨씬 더 내용도 풍성해지고 더 많은 분량의 독서록을 쓸 수 있어요.

'키보드 독서록'을 완성하면 그때 '연필 독서록'으로 마무리하면 돼요. 


'어차피 연필 독서록을 또 다시 쓸거면 오히려 키보드 독서록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

는 의문이 들 거에요.

'키보드 독서록'은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오프라인 '연필 독서록' 환경을 글을 쓰고, 수정하기 쉬운 온라인 환경으로 바꿔보자는 거에요. 연필 독서록은 그 나름대로 중요해요. 손쉽게 키보드 독서록을 먼저 쓴 다음 연필 독서록으로 베껴스자는 거에요. 


'키보드 독서록'이 주는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 키보드 독서록은 글 수정이 쉽고 편해서 글쓰기가 편하고 한글 자판 실력이 올라가요.  


- 연필 독서록을 쓸 때 베껴쓰기만 하면 되니까 부담 없이 쓰고 자연히 필체도 좋아져요. 


- 독서록 작성의 부담이 줄어서 책 읽기도 덩달아 눈에 띄게 좋아져요. 


이미지 - 픽사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여전히 걱정이 많아요. 

 

'키보드 독서록을 하려면 아이들이 한글 자판을 새로 외워야 하지 않은가?'

하며 부모들이 이중으로 힘들어할 아이를 우려할지도 몰라요. 


물론 '키보드 독서록'을 쓰려면 자판을 먼저 익혀야 해요. 

하지만 부모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초등 3학년이 되면 교과목 중에 '컴퓨터 수업'이 있어서 초등 2학년 겨울방학 즈음에 학업을 위해서도 '한메 타자 연습'을 통해 자판을 익히는 것이 좋아요. 일종의 '선행학습'인 셈이죠. 

게다가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로 온라인수업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PC 등 각종 정보화 기기를 어쩌면 어른보다 잘 다루고 있어서 요즘 초등생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 수월하게 자판을 외우죠. '한메 타자 연습'은 배우기도 쉽고 게임형식을 통해 실력을 숙달시킬 수 있어서 아이들이 빨리 익혀요. 


그럼 또 여기서, 

'온라인으로 독서록을 쓰다 보면 컴퓨터와 친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하는 부모가 있을 거예요. 


물론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 있어요. 그래서 스마트폰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면 컴퓨터나 노트북도 잘 사용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내 아이가 컴퓨터를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데 사용했다면 학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데 사용하는 거죠. 


아래 그림은 2년째 '키보드 독서록 쓰기'를 먼저 하고 있는 초등 4학년 제 아이가 최근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쓴 독서록이에요. 독서록의 내용은 다소 허접하지만 연필 독서록만 썼을 때 보다 더 많은 양으로 독서록을 쓰고 있어요. 글 내용 중에는 전에 읽었던 <15 소년 표류기>와 비교하는 내용도 담겼네요. 독서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생기는 효과예요. 


아래 링크를 보면 제 아이의 연필 독서록을 썼을 때와 직접 비교해 볼 수 있어요. 


https://brunch.co.kr/@richboy/149


2년째 키보드 독서록 쓰기를 하고 있는 제 아이의 최근 글


다음 글은 아이가 한글 프로그램을 켜고 직접 타이핑하고 수정한 '키보드 독서록' 글이에요. 

위에 있는 글은 아래 글을 보고 베껴 쓴 거죠.


"무인도라는 곳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혼자 그곳에 표류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요? 그래도 살아남을 건가요? 실제로 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1719년에 쓰인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입니다.  

이 책은 로빈슨 크루소라는 평범한 사람이 자기가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하면서 혼자 살아남아 무인도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 저는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표류한 지 약 15년이 지났을 때 로빈슨은 해안가에서 야만인의 발자국을 발견하게 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때 만약 저라면 여기가 어디인지 몰라도 가지고 있는 모든 식량을 챙겨서 배를 타고 도망칠 것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27년이 지났을 무렵,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이 타고 있었던 배에 있던 사람들을 구해줘서 이 무인도의 위치를 알게 되고, 그 사람들과 함께 27년간의 무인도 생활을 마치고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때 그의 나이는 54살이었습니다.  

저는 로빈슨 크루소가 27년 동안 무인도에서 살아남아서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로빈슨 크루소가 27년간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를 읽으니 15 소년 표류기를 읽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무인도에 관련된 지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15 소년 표류기에서는 15명이나 있었고, 2년 만에 탈출할 수 있었는데, 로빈슨 크루소는 혼자였고, 무려 27년이나 갇혀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배가 타기 싫어졌습니다. 배가 좌초되거나 침몰하면 죽을 수도 있고, 로빈슨처럼 무인도에 갇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땅에서 편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 수 있게 해 준 책입니다."




이쯤되면 부모는 '키보드 독서록, 어떻게 써야 하나?' 궁금할 거예요.


제 아이와 키보드 독서록을 쓰는 순서를 알려줄게요. 

특별할 것도, 어려운 것도 없어요. 


1. 제 아이는 일주일에 한 권씩 거실에서 책을 읽어요. 


2. 책을 다 읽으면 그 다음날 저와 읽은 책에 대해 10분가량 이야기를 하죠. 

아이가 책을 다 읽었다고 하면 어떤 책이었는지 궁금하니 내게 책을 소개하듯 알려달라고 해요. 간단한 질문을 통해 대답을 들었는데 제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해요. 

 

“네가 읽은 책은 어떤 책이었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니?”

“책을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드니?” 


아이가 과연 책을 잘 읽었는지 캐묻자는 의도가 아니라 독서록을 쓰기 전 아이 스스로 읽을 책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뜻이기 때문에 자세히 물을 필요는 없어요. 어떤 식으로 대답을 하던 아이의 대답에 “네가 그렇게 읽었다니 재미있었겠구나.” 하고 공감을 해 주면 되요.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책이거나 대충이라도 아이가 읽는 책을 살펴본 경우에는 “나도 읽어봤는데, 이런 점들이 좋다라.”라고 짧은 언급을 하면 더 좋아요. 대화가 끝나면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단어나, 표현 등 궁금했던 점이 있나 묻고 대답해 줬어요. 아이가 더 이상 없다고 하면 독서록을 쓸 준비가 된 거에요.  


3. 저와의 이야기가 끝나면 거실에 놓인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 독서록'을 작성해요. 

쓰다가 지우고, 덜어내고 덧붙이고 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한동안 글을 써요. 


4. 아이가 글쓰기를 마쳤다고 하면 '쓴 글을 한 번 읽어보라'라고 해요

그러면 아이는 글을 읽으면서 또 고쳐요. 

글을 쓸 때는 몰랐는데,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이나 틀린 글이 꼭 발견되거든요. 


5. 아이가 읽으면서 수정하기도 마쳤다고 하면, 그제야 제가 읽어봐요. 

그리고 "아주 잘 썼다. 이런 부분이 좋고, 저렇게 표현한 부분도 좋구나. 

점점 더 글쓰기가 늘어나는구나. 멋지다!"

라고 칭찬해요. 


'키보드 독서록'을 마친 아이는 

독서록 공책을 펴고 모니터에 뜬 자신의 글을 보고 베껴 쓰면서 

'연필 독서록'을 작성해요. 연필 독서록을 마치는데 평균 20분 정도 걸려요.



어떤가요?

'키보드 독서록 쓰기'를 하면 아이는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은 물론 자판 실력까지 좋아져요. 

글을 쓸 때 뭘 쓸까 고민하랴, 맞춤법 고민하랴, 글씨 예쁘게 쓰랴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쓴 글을 베껴쓰기만 하면 되니까 독서록 분량도 늘고, 글씨도 예뻐지죠.


무엇이든 처음은 쉽지도 않고 드라마틱한 변화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책 읽고 독서록 쓰기' 하루 이틀 할 것이 아니잖아요?

습관이 들 때까지 함께 해 주세요. 

그러면 나중에는 혼자 알아서 책을 골라 읽고, 

독서록을 쓰고 살펴봐 달라고 하는 날을 만날 거예요. 

이게 바로 '자기주도학습'이에요.



“좋든 싫든 이제 책과 스크린은 한데 묶여 있다. 이 얽히고설킨 관계 속을 인내심 있게 헤쳐 나가는 작업을 통해서만 우리는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의 독서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혹은 바꾸지 않을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독서현상학 권위자이자 책 <그곳에 책이 었었다>의 저자인 앤드루 파이퍼가 말했어요.

디지털 세대인 내 아이에게는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교육해야 해요. 

'키보드 독서록'은 초등학생에게 잘 어울리는 독서록 쓰기 방식이에요.


'키보드 독서록'으로 독서록 쓰기를 시작하면 생기는 큰 선물도 있어요. 

나중에 내 아이의 대학 가기에 대단한 스펙이 될 수 있는 선물이죠. 


그 내용은 다음 글에서 알려줄게요, 꾸벅.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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