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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Oct 11. 2023

내 아이가 독서록 쓰기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거예요

내 아이, 책 잘 읽는 방법(24)

앞선 글에서 '독서록 쓰기'은 책 읽기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어요. 


책 읽기가 인풋(inout)이라면 독서록 쓰기는 아웃풋(outout)이다, 

책 읽기의 완성은 독서록 쓰기다, 

독서록은 초등생의 글쓰기의 기본적 모델이다, 

라고 이야기한 것 기억하시죠?


그런데, 아이들은 이 중요한 독서록 쓰기를 싫어해요. 

그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주 끔찍하게 싫어하죠.

위로를 하자면, 초등학생 대부분이 독서록 쓰기를 싫어한답니다. 물론 제 아이도 마찬가지고요.

그 이유는 뭘까요?


추려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 아이들에게 독서록은 숙제이기 때문이에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하루아침에 싫어지게 만드는 방법이 있어요. 

학교에서 '00게임하기' 하고 '숙제'를 내주면 돼요. 

교육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지만 이 안에 핵심이 숨어 있어요. '숙제'라는 거예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숙제라는 소리를 들으면 부담스러워하죠. 심지어 나중에는 거부를 할 정도가 돼요. 

초등 3학년 이상이 되면 그 정도가 심해지는데요, 여기에도 이유가 있어요. 

바로 아이가 내 마음대로 하고픈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이에요. 


이미지 - 픽사베이

10대가 되면 '누군가가 시킨다'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거부감이 있어요. 

부모 역시 또래를 살아본 적이 있으니 잘 알 거예요. 

초등 저학년 때는 '시키니까 해야 하는가 보다'하고 따르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3학년 이상이 되면 드라마틱한 성장이나, 숙제를 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 등이 보이지 않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여기고 거부하기 시작하죠. 고학년이 될수록 이런 거부감은 더 심해져요. 


'독서록 쓰기 숙제'를 하려면 우선 책을 읽어야 하죠. 

그다음엔 어떤 내용을 읽었는지, 느낌이 어떤지 글로 연필로 꾹꾹 눌러 공책에 써야 해요. 

이렇게 독서록을 쓰기 위한 책 읽기를 하고 매주 있으니, 책 읽기마저 싫어질까 두려운 게 사실이에요.


부모에게 어떤 책을 주고 '언제까지 읽고 감상문을 쓰세요'라고 누군가 명령한다면, 

'헉~' 하고 드는 기분이 딱, 아이들 마음이에요. 


아이들은 독서록을 숙제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책을 반강제적으로 읽어야 하고 

숙제제출 기한에 맞춰 빨리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져요. 

더 끔찍한 것은 이런 일이 일주일마다 반복된다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흥미롭고 재미있어 보이는 내용의 책을 고르지 못하고 되도록이면 책 두께가 얇거나, 글자체가 큰 독서록 쓰기에 만만한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이 현실이에요. 이렇게 읽은 책은 재미있을 리 없고, 독서록을 쓰기가 재미있을 리 없어요.  



둘째, 노트에 연필로 독서록을 쓰려니 손도 아프고 힘들어요.

이미지 - 픽사베이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필 쥐는 법'이 바르지 못한 아이는 글쓰기 자체를 힘겨워해요. 

그런데 읽은 책에 대해 생각하면서 글로 쓰라고 하면 그야말로 고역이 되죠. 

작가인 저는,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어할지 잘 알아요.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처음 글을 쓰고 나면 이를 ‘초고’라 부르고, 수없이 글 고치기를 반복해요. 이러한 작업을 ‘퇴고’라고 하는데, ‘퇴고’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필수적이고 매우 중요한 작업이에요. 헤밍웨이 조차 ‘나의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할 만큼 초고는 불만족스러운 글이거든요. 

좋은 세상을 만나서 저는 컴퓨터에 글을 쓰고 마음껏 고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제 막을 한글을 깨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초등생 아이는 독서록 공책에 지우개로 지워가며 독서록을 써야 해요. 


독서록 공책에 잘못 쓴 글자를 깨끗이 지우기는 초등생의 힘으로는 힘들뿐더러 두 번만 고쳐 써도 종이가 얼룩지고 얇아져서 고쳐 쓸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려요. 게다가 1줄에 정사각 10칸으로 나뉜 격자형 독서록 공책에 글을 써야 하는 초등 저학년은 글을 잘못 쓰면 글 대부분을 고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르죠.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초등 중학년 이상의 경우는 더 심각해져요. 

제 아이처럼 글을 고치기 싫어져서 전체적인 글 내용은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줄여서 써버리죠. 

결국 불만족스럽게 마친 독서록 때문에 다음에 독서록을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리 없어요.



셋째, 독서록을 쓰기 가장 싫은 이유는 부모님의 지적 때문이에요.  

불편함을 감수하고 꾸역꾸역 독서록을 쓴 초등생들에게 뒤따르는 것은 

독서록을 검토해 주는 부모님의 지적이 기다려요. 


‘글을 겨우 이것밖에 못 쓰냐’, 

‘맞춤법이 이게 뭐냐’, 

‘글자를 이렇게 삐뚤빼뚤하게 쓰면 어떻게 하냐’ 등 


잔소리를 들을 게 뻔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기분 좋은 사람은 없거든요. 

이제 막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의 글쓰기 솜씨가 훌륭해지기를 바라는 건 너무나 섣부른 기대예요. 


초등생에게 독서록을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읽은 책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내려놓는 글쓰기’를 스스로 배우게 하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검사받기 위한 독서록이 되면 글을 쓰기가 더더욱 어려워지죠.



이미지 - 픽사베이


종합해 보면 아이들은 '책을 읽고 노트에 힘겹게 글을 써야 하는 숙제'를 매주 써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부모의 마음에 들만큼 좋은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독서록 쓰기'를 힘겨워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얘야, 독서록 그런 거 안 해도 된다'라고 부모가 이야기할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하기에 '글쓰기'는 너무나 중요하니까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뭔가를 파악해야 해요.

그래서 '내 아이가 독서록 쓰기'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봤어요. 

이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차례인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음 글에서 알려드릴게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꾸벅.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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