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노릇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정말, 그렇다.
휴일 오전 아이가 먹을 아침을 챙기고,
목감기가 들어 콜록거려서(같은 반 친구들에게 옮은 것 같다고 했다)
병원을 다녀오느라 두 시간이 걸렸다.
병원에서 키를 재어 보니 석달 만에 키가 2. 5센티미터가 자랐다.
'여름방학 동안 잘 먹고 잘 잔 보람이 있구나' 그 동안의 노고가
한 순간에 싸악 하고 씻겨져버린 기분. 기뻤다.
하지만 병원에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점심을 먹일 때.
스팸을 넣은 김치볶음밥와 치킨 가라아게가 먹고 싶대서 꾸역꾸역 준비를 해 줬다.
점심을 준비하는 시간, 30분. 아이가 유튜브를 보며 밥 먹는 시간 30분.
아이가 밥을 먹는 동안 청소기를 돌리고 집을 대충 치우고, 어제 먹던 부대찌개에 밥을 말아먹고
점심을 떼웠다. 내가 밥 먹은 시간 9 분.
아이의 머리가 잔뜩 자라서 3시로 예약된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지켜봤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과일과 군것질 거리 그리고 아이가 먹고 싶다는 '부추전' 거리를 샀다.
집에 돌아와 보니 어제 주문한 책이 왔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 라이언 홀리데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며 미디어 전략가인 이 친구는 글도 정말 잘 쓴다. 최근 그가 쓴 책이 출간되었는데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 주문했다. 이번엔 주제도 신선하고 인상적이다. 나 같이 좌충우돌 하는 아빠,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젊은 부모를 위한 책 <데일리 대드 Daily Dad> 이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가 쓴 자녀교육서다.
책을 펼치자마자 철학자 라이언 홀리데이의 자녀특강을 만날 수 있다.
매일 한 페이씩, 1년 동안 이 특강을 들을 수가 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만나면 이렇게 부른다. '개.꿀.!'
책을 펼치지마다 이런 문구를 만난다.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부모라고 부를 수 없다."
그렇다. 이 세상에는 부모되는 수업을 가르치는 학교도 없고, 딱히 인증할 만한 자격증도 없다. 하지만 누구나 어쩌다 보니 부모가 되고 부모라고 불린다(내 친구의 아버지는 아들이 '왜 나를 낳았냐며 대들자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얘야. 콘돔이 찢어졌단다"). 나는 술꾼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부모되기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투덜댔고, 나이를 먹어서는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부모되기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도 투덜댔다. 생각해 보니 평생을 투덜거린 셈이지만, 그래도 생애 가장 잘한 짓(?)은 '내 아이를 만든 일'이다.
남들은 아이를 키운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는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다 죽을 때 까지 자라지 싶다. 무슨 대나무도 아니고...).
때로는 나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고,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성가시게 하지만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아쉽고 보고 싶고, 생각나는 게 내 아이다. 그런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이런 저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과연 잘 하는 일인지 모르겠고,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고,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찾은 책이 이 책이다.
철학자이자 두 아들의 아빠이기도 한 내 친구 라이언 홀리데이는 선현들의 생각을 빌려 부모 노릇하는 안내서를 썼다. 자기 자신을 위한 책이면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모를 위해, 곧 나를 위한 쓴 책이기도 하다. 이런 책은 안 사면 바보이고, 이런 책을 읽지 않고 부모 노릇하기는 정말 위험한 일이 될 것 같았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한 나태주 시인은 글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이 하라는 대로는 하지 않고 (어른이) 하는 대로는 한다.'고 말했다. 시인다운 한 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어른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흔한 말보다 훨씬 더 명징하다. 나 시인의 말대로 아이는 부모가 하는 대로 한다. 결국 부모가 바라보는 만큼 행동하는 만큼 아이도 자란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 책의 서문만 읽어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하고 마땅한 이유'를 만날 수 있다. 그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맛깔나게 글을 쓰는지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미디어전략가인 그는 독자(소비자)의 간지러운 부분을 잘 간파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충분히 시원하게 긁는 법을 알려준다. 라이언 홀리데이를 친구로 삼은 건 그 때문이다. 그가 먼저 죽든, 내가 먼저 죽든 죽을 때까지 그의 책을 읽을 작정이다.
온라인 서점에 출판사가 올린 이 책의 미리보기를 통해 서문을 소개한다.
서문을 읽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군더더기다.
그래서 출판사가 제시한 책 소개도, 출판사 리뷰도 생략한다.
이 책을 사서 읽고 더 나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던가
아니면,
읽지 않고 지금의 부모로 계속 살던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