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년 동안 거의 매주 독서록을 쓰고 있는 아이가 점점 변하고 있음을 글로 느낀다. 처음엔 한 줄 짜리 느낌만 적더니 읽은 책의 줄거리를 말하고, 책에서 배운 내용을 말하더니 슬슬 책을 읽은 자신의 느낌을 솔직히 말했다. 최근에는 책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책을 쓴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다.
책을 꾸준히 읽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종의 프로토콜이다.
아이가 글을 쓰고 나면 무슨 내용을 쓰던 고쳐주지 않는다. 심지어 맞춤법이 틀려도 그대로 둔다. 1년에 두어 번 예전에 자신이 쓴 독서록을 읽고는 하는데 '맞춤법이 틀렸다, 이 글을 쓸 때 들었던 생각이 떠오른다'고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꾸준히 쓰면 책을 읽는 실력도, 글을 쓰는 수준도 높아진다. 이건 거의 진리이다.
부모인 나로서는 아이가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응원할 뿐이다. 그게 아이에게 다음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는 동기가 된다는 걸 잘 알아서다.
나중에 아이가 성인이 되면 나보다 책을 더 잘 읽고, 글도 잘 쓸 것이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 비로소 책을 읽었고, 아이는 나보다 10년 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까. 시간은 힘이 쎄다. 아이가 그 힘을 키워나가길 바랄 뿐이다. -richboy
단편 소설은 말 그대로 길이가 짧은 형태의 소설이다.
단편 소설의 중요한 점은 짧은 글에 나타내고 싶은 바를 모두 드러나게 쓰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한 단편 소설의 본보기가 있으니, 바로 1999년 출간된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이다. 이 책은 6개의 단편 소설이 있는 단편집인데, 정말 짧은 글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에 1개의 단편 소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이 단편 소설은, 단편집 제목처럼 '자전거 도둑'이다.
수남이는 원래 자신의 고향에서 떠나 서울에 있는 전기 용품점에서 일하는 점원이다. 수남이는 주인 영감님과 손님에게 인기 있는 직원이다. 옛날에는 물건을 잘 못 찾아서 꿀밤을 맞았다. 하지만 이제는 일을 잘해서 귀여움의 의미로 손님들이 안 아프게 꿀밤을 때리고 간다. 어느 날, 수남이가 다른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간다. 배달을 마치고 나서 자전거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엄청난 모래 바람이 부는 것이다! 모래 바람이 멈추고 다시 자전거로 걸어가는데 자전거가 옆으로 누워 있을 뿐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려는데....
어떤 아저씨가 자신을 부르는 것이다! 자신의 차에 자전거가 부딪혀서 차가 찌그러졌다고 한다. 그래서 돈을 내라는데 수남이는 돈이 없어서 용서를 빌었지만, 차 주인은 꼴 보기 싫었는지, 큰 자물쇠를 사와서 자전거에 도로 잠궈버린다! 돈을 안 주면 열쇠를 안 줄 것이라고 하면서 그 사람들은 떠났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들고 도로 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남이는 결국 그대로 자전거를 들고 다시 돌아왔는데, 자전거를 훔쳤다는 죄책감에 하루 종일 고민하게 된다.....
나는 이 단편 소설을 읽고, 훔치는 것이 얼마나 안 좋고 무서운 일인지 다시 한 번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수남이가 자전거를 훔쳤을 때 쾌감을 느끼면서도 공포감을 느꼈다는 말이 살짝 섬뜩했다. 물건을 훔칠 때의 쾌감이 계속해서 물건을 훔치게 만드는 것이다! 정말로 도둑질은 나쁘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는 단편 소설은 거의 읽어 본 적이 없다.
단편 소설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단편 소설의 본보기라고 하는 이유는, 한 30페이지 안쪽으로 이렇게 많은 뜻을 담을 수 있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다른 박완서 작가님의 단편 소설들은, 소설이 끝나고도 그 뒤의 일이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다음 번에는 박완서 작가님의 다른 단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