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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서 찰나 속 영원을 즐겨라!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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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 것



일부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부모들이 아이의 귀여움과 천진함을 보고 '아이의 이런 모습을 영원히 지켜주고 싶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너무 짧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녀의 어린 시절은 가능한 한 오래 지속시켜 주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동시에 모순적이기도 하다. 부모는 지금 이 순간 아이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깨닫고 즐기는 대신(부모 자신의) 미래와 (부모 자신의) 과거에 대해 생각하고 자녀를 어떻게 이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현재에 머물며 지금 이 순간을 움켜잡는 대신 그들은 아무리 헌신적인 부모라도 절대 막을 수 없는 시간이라는 흐름을 막으려고 헛되어 노력한다.


우리는 유명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 나오는 이 구절을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손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 속에서 영원을 보라


당신의 아이가 영원히 자라지 않길 바란다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자.

이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조차 하지 말자.

왜냐하면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이 계속된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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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18개월이 된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사우나를 함께 했다.

매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아이와 사우나를 할 때 대기실 선반 위에 올려 세운 후 머리를 말려줬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두 손을 치켜올려야 머리를 말릴 수 있을 만큼 커버렸다.


그걸 느낄 때 마다 한 편으로는 '많이 자랐다'고 놀랍고 반가우면서도 처음 사우나를 왔을 때 아장아장 걷던 아이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는 아주 특별한 감정이 생기곤 한다.


"혼자서 샤워를 할 만큼 다 컸는데, 뭘 그리 굳이 씻겨주나요?"


오랫동안 함께 샤워를 해 온 샤워장 친구들이 묻고는 한다. 그 질문에 나의 대답은 한결 같다.


"아이가 거부할 때 까지 씻겨주려고요. 제가 좋아서요."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쑤욱 자란 것 처럼 느낄 때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매일 자란다. 세포가 늘어나고 뼈가 자라고 장기가 자라고 머리가 커진다. 아이의 몸 속은 매일 폭발적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부모는 그 광경을 그저 반갑게 지켜볼 뿐이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라이언 홀리데이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건, 그 말을 수없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매일은 찰나 속 영원을, 그저 즐기는 시간들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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