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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잠드는 척 하라!

by 리치보이 richboy

"아이들은 어른이 하라는 대로는 하지 않고

하는 대로는 한다."




나태주 시인이 한 말이다. 풀어서 말하면 '아이들은 어른이 시키면 하지 않지만, 먼저 하면 따라 한다' 정도 될 것이다. 어른을 부모라는 단어로 치환하면 결국 '아이는 부모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 한다'로 요약된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들은 마치 바짝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아이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그대로 보고 배운다. 부모가 즐기는 음식을 따라 즐기고, 부모의 말투와 행동 습관을 원하지 않아도 보고 배운다. 인간은 원래 '학습하는 동물'이고,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인간은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학원이나 과외는 아이의 학습을 돕는 기관이다.

이 말은 뒤집어서 말하면 이들이 아이에게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줄 뿐 아이가 갖고 있는 '학습태도'는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설령 가르쳐준다고 해도 아이들은 이들에게 배우려고 하지 않을 뿐더러,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학습태도는 생활습관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다시 말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모든 생활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풀어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밤 늦게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수면이 부족한 채 깨어난다. 학교에서 온전한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초등 고학년이 될수록 학교에서 하품을 하는 아이,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 쉬는시간에 엎어져서 자는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은 이를 반증한다.


잠이 부족하면 아이의 컨디션도 좋을 리 없다.

부쩍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적이라면 학습은 둘째로 두고 충분히 재워야 한다. 초등학생들은 최소 8시간은 자야 하고 10시간 정도 충분히 자야 한다. 그래야 다음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 비교하면 100% 충전된 상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50~60% 충전된 채 깨어나면 해가 채 지지도 않아 방전이 되고 그 때부터 아이는 피곤을 느끼고 졸리게 되어 다른 것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학원이나 과외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아이가 부모에게 짜증내거나 신경질 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또 부모가 보지 못하는 학교와 학원에서 제대로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아이를 충분히 재워야 한다. 아이가 충분히 잔다는 것은 일찍 자는 것이다. 최소한 밤 10시에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아이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려면 움직임이 편한 실내복을 입히는 게 좋다. 소재는 품은 넉넉하고, 두껍지 않고, 이음새도 많지 않아서 몸에 살짝 걸친 듯한 실내복이 좋다. 실내복은 최소한 서너 벌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매일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매일 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기 때문이다. 아이의 온 몸이 대사량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발열과 동시에 땀을 흘린다. 그래서 실내복은 매일 갈아입히는 것이 좋다.


나는 아래 브랜드의 네 벌 구입해서 아이에게 실내복을 입히고 있다. 매일 밤 샤워를 하고 나면 이 실내복으로 갈아입도록 한다. 이러한 습관이 매일 반복되면 이 실내복을 갈아입는 것만으로도 '곧 자야 할 시간'이라는 메시지가 아이의 몸에 전달되고 아이는 슬슬 하품을 하게 된다. 아이의 이성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몸이 습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와 다툼을 하지 않는 방법이다.





아이방의 온도는 22도가 적당하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뒤척이느라 아이가 충분한 잠 들지 못한다. 약간은 서늘한 듯한 온도가 잠들기에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난방을 하기 때문에 건조해지기가 쉽기 때문에 가습기를 설치에 적당한 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다.


나는 해외여행 때 구입했던 작은 가습기를 아이의 방에 놓고 매일 밤 아이가 잠들기 전 물을 갈아주고 있다. 500 밀리리터 생수병에 담으면 되는데, 가습기의 중앙 정도로 가습기 다이얼을 설정해 놓으면 다음 날 아침이면 절반 즉, 250밀리리터 정도의 물이 습기가 되어 아이방의 습도를 조절해 주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참고로 굳이 생수로 써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수돗물이 낫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따라 나는 아이의 가습기에 필요한 물은 수돗물을 쓰고 있다.







매일 밤 잘 빨아놓은 실내복을 입고, 물 200밀리리터를 마신 후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아이는 22도의 온도와 적당한 습도에서 충분히 잠을 잔다. 충분히 잠을 자고 난 아이는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고, 적지만 아침밥을 꼭 먹고(풀무원 유부초밥 4개 정도, 혹은 볶은밥 반 공기, 혹은 버터에 구운 식빵 1장과 우유 1컵 정도) 학교에 간다. 아이에게 물으니 학교에서 하품을 하거나, 졸거나, 쉬는 시간에 엎어져서 잠을 잔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아이는 학교에서 잘 놀고, 잘 공부하며 집에 돌아오면 바로 손과 발을 씻고 숙제를 한 뒤 컴퓨터를 하며 놀다가 저녁밥을 먹고 2시간 반~3시간 정도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다가 잠을 잔다.

주말에도 같은 시간에 잠들고 아침은 한두 시간을 더 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충분히 잠을 자는 내 아이는 평균 2개월 마다 1센티가 자라고 있고,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고 집에서만 학습을 해도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평균 95점 이상의 성적을 받고 있다. 비결이 하나 있다면, 아이가 '늘어지도록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가 잠들 때가 되면 부모도 같이 잠자리에 든다. 거실과 방 모두 불을 끄고 소음도 일체 없이 말 그대로 잠드는 것이다. 30~40분 후 아이가 깊이 잠이 들면 그 때 부모는 다시 깨어 못 다한 일을 하거나, 아이가 잠든 뒤의 온전한 휴식을 취한다.


부모가 뭔가를 하면서 아이에게 잠 자라고 하는 것은, 아에에게 부모는 옳지 못하다는 '불합리'를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의 아이는 '그런가보다' 하고 말을 들을 지 모르지만 아이가 중학년, 고학년이 될수록 '자기들은 안 자면서 나보고만 자래, 췟'하고 마음 속으로 흉을 보고나 욕을 한다는 걸 부모는 알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아이와 함께 잠에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이가 잠드는 시간에는 함께 잠드는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가 온전히 잠에 들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아이가 잠들 때가 되면 불을 모두 끄고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든다. 간혹 정말 잠이 들 때도 있지만 아이가 숨소리가 고른 때가 오면 몰래 일어나서 거실에서 미뤄둔 책을 읽거나, 안반에 있는 TV를 켜고 본다.


지금껏 어쩌면 당연한 말을 풀어서 한 것 같다.

하지만 이 당연한 걸 좀처럼 지키지 못한 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서 겨울방학도 되었고, 곧 새해를 맞이해서 자녀를 둔 블로그 친구들에게 조언을 하고 싶어서 굳이 풀어서 적어 봤다.


중요한 건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아이들은 부모의 말은 듣지 않지만, 부모의 행동은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면 아이에게 다른 선택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아이만 잠들게 해서 차별감이나, 불합리를 느끼지 못하게 하면서 충분한 잠을 잘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충분히 잠들고 나면 학교에서도 생활을 잘 할 수 있고, 학원에서도 피곤하지 않은 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짜증도 좀처럼 없고, 신경질도 확실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충분히 잠들어서 다음날 상쾌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한다면 부모의 1시간 쯤은 버릴 수 있지 않을까. 부모도 가수면 상태에서 휴식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된다고 경험자로서 확신한다. 이처럼 쉬운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 다만 이 사실을 믿지 못하고, 안다고 해도 좀처럼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


곧 새해가 된다. 내년에 아이에게 제대로 된 습관 하나를 만들어주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잠드는 척 하시라.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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