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거리는 암흑이란 말이 차라리 어울릴 만큼이다.
어스름 저녁만 되도 인적이 뜸해지고 밤이 되면
마치 야간통행금지가 내린 양 발길이 뚝 끊긴다.
가게들이 유독 폐업이 많아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뒤숭숭한 마음에 술자리도 동~하지 않고
뉴스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도 집이 제일 편하지'란 생각도 들어서가 아닐까.
12월 3일이 바꿔놓은 밤풍경이다.
십분보다 길고 한 시간보다 짧은,
딱히 뭘 하려해도 마땅치 않은 이 시간이
역사를 바꿔 놓았다.
국회의원들이 군인보다 30분 빨리 국회의사당에 들어왔고,
군인들은 윗대가리의 추호같은 명령에도 30분을 머뭇거렸다.
새파랗게 젊은 병사들은 노욕의 장군보다 이성적이었다.
그들을 머뭇거리게 한 건 '이건 아니잖아?' 라는 한 문장이었다.
시작이 새파란 젊은 군인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새파란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나랏님의 포고령에 이렇게 반문했다.
"이건 아니잖아?"
나이든 시민은 또 다시 빼앗길 자유를 두려워했지만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나의 그것에 손을 대는 것에 코웃음치며
이렇게 말했다.
"조까 그럴 순 없어!"
화염병과 깨진 보도블럭은 응원봉으로 변했고
쩌렁한 함성과 함께 세상을 일렁이게 했다.
하얗다못해 새파란 불들은 빛의 쓰나미였다.
꼰대들은 오늘이 왜 아니냐 성화하지만
이들은 "2년이나 앞당겼는데 하루 이틀이 무에 대수냐?"며
마치 오늘을 즐기듯 싸우고 있다.
강추위바람도 겨울비도 함박눈도 이들에게는 오늘의 이벤트다.
그들의 날카로운 이성이,
자유에 대한 무한애정이,
이 나라의 오늘을 버티게 하고 있다.
정말 고.맙.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