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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30분, 그리고 이건 아니잖아?

by 리치보이 richboy
0005516866_001_20241213102323049.jpg 출처: 아시아경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516866


암흑


요즘 밤거리는 암흑이란 말이 차라리 어울릴 만큼이다.

어스름 저녁만 되도 인적이 뜸해지고 밤이 되면

마치 야간통행금지가 내린 양 발길이 뚝 끊긴다.

가게들이 유독 폐업이 많아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뒤숭숭한 마음에 술자리도 동~하지 않고

뉴스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도 집이 제일 편하지'란 생각도 들어서가 아닐까.

12월 3일이 바꿔놓은 밤풍경이다.



SSC_20241204044745_O2.jpg 출처: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politics/2024/12/04/20241204500097



이성의 시간, 30분


십분보다 길고 한 시간보다 짧은,

딱히 뭘 하려해도 마땅치 않은 이 시간이

역사를 바꿔 놓았다.

국회의원들이 군인보다 30분 빨리 국회의사당에 들어왔고,

군인들은 윗대가리의 추호같은 명령에도 30분을 머뭇거렸다.

새파랗게 젊은 병사들은 노욕의 장군보다 이성적이었다.

그들을 머뭇거리게 한 건 '이건 아니잖아?' 라는 한 문장이었다.



다운로드 (5).jpg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english_edition/e_national/782258.html



이건 아니잖아?


시작이 새파란 젊은 군인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새파란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나랏님의 포고령에 이렇게 반문했다.

"이건 아니잖아?"

나이든 시민은 또 다시 빼앗길 자유를 두려워했지만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나의 그것에 손을 대는 것에 코웃음치며

이렇게 말했다.

"조까 그럴 순 없어!"

화염병과 깨진 보도블럭은 응원봉으로 변했고

쩌렁한 함성과 함께 세상을 일렁이게 했다.

하얗다못해 새파란 불들은 빛의 쓰나미였다.



0003508989_001_20250106171514581.jpg 출처: 서울신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508989



꼰대들은 오늘이 왜 아니냐 성화하지만

이들은 "2년이나 앞당겼는데 하루 이틀이 무에 대수냐?"며

마치 오늘을 즐기듯 싸우고 있다.

강추위바람도 겨울비도 함박눈도 이들에게는 오늘의 이벤트다.

그들의 날카로운 이성이,

자유에 대한 무한애정이,

이 나라의 오늘을 버티게 하고 있다.

정말 고.맙.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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