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달 동안 아침 걷기를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계엄이 내려졌었고
아직 내란이 끝나지 않은 시국에
내 몸 하나 건사하자고 운동을 하는 건
왠지 사치처럼 느껴졌다.
운동 뿐 아니다.
외식도 그렇고, 책 읽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넷플릭스를 볼 때도 '내가 이럴 때야?'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사로잡았다.
한순간에 국가라는 시스템이 중단된 것 같은 불안,
이 끔찍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은
다른 뭔가에 몰입하고자 하는 내 생각을
'네가 지금 이럴 때야?' 라며 거듭 엄습했다.
이런 게 트라우마인가.
하지만 내 생각을 빼 놓고 세상은 아랑곳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운동부족과 수면부족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불안이 거듭되자 서서히 무기력이 찾아오는 느낌도 들었다.
어차피 계속될 불안이라면 한동안 이 놈을 친구로 여기고 등에 지고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부터 아침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500밀리리터 물 한병을 들고 3킬로미터를 걸었다.
'추워~' 소리가 절로 났지만 생동감이 느껴졌다.
어두운 새벽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