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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를 선생님께 맡기겠습니다!

by 리치보이 richboy

다른 사람이 자녀를 함부로 대한다면?



만약 당신이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는데, 아이들을 보는 대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걸 알게 된다면 매우 화가 날 것이다. 우연히 선생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다른 사람이 당신의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화를 참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 아이들을 놀리고 괴롭히는 걸 본다면 당장 멈추게 할 것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항상 아이에게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팔을 잡아당겨 조그만 얼굴에 대고 "당장 그만둬!"라고 소리친다.


(중략)


우리는 우리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변명하거나 합리화하지만 다른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할 때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당신이 나쁜 부모라거나 학대하는 부모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상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뿐이다. 당신의 임무는 아이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다. 당신의 나쁜 습관, 화 결점으로부터도 보호해야 한다. 자녀의 안전을 맡길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도 요구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최고의 자신이 되길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을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면 그냥 내버려둘 수 있을까?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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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아이가 한 학년씩 오르는 봄이 되면 담임 선생님과 면담하거나 전화로 상담을 하는 과정이 있다. 나는 이 때 담임선생님께 딱 한마디를 한다.


"선생님께 일임합니다. 부모일랑 염려마시고 아이가 잘못했거든 혼내고 야단치고,

그래도 안되면 벌을 주십시오. 선생님을 믿고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도 선생님께 그리 말씀드렸다고, 선생님께 혼나지 않으려면 친구들과 다투지 말고 학교생활을 잘 하라고 일러둔다. 아이는 담임선생을 보면서 부모의 말을 떠올릴테고, 담임선생 역시 내 아이를 보면서 더욱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아이는 선생님께 크게 혼이 나지 않았고, 담임선생으로부터 "아이가 문제입니다"라는 식의 연락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이 방법은 내가 국민학교 시절, 우리 아버지가 내 담임선생에게 썼던 방법이다. 그 때 우리 아버지는 "마음껏 때려도 좋다!"고까지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서운한 말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다. 학교에서 부모가 지켜보지 못하는 시간이니 만큼 누군가 대신해야 할 사람은 선생님 뿐이다. 그런데 부모가 선생님을 믿지 못한다면, 부모는 하루 종일 좌불안석이 된다. 이 모든 것이 '나 아니면 안 돼!'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은 자라는 어린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교육을 받은, 어쩌면 부모인 나보다 내 아이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를 선생님께 믿고 맏길만 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당신의 임무는 아이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다." 라는 말은 정말 좋은 말이다. 부모가 아이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그 범위는 한도 끝도 없고, 어쩌면 자신이 죽을 때 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군대에 간 아이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가 상관에게 전화를 걸어 클레임을 걸고, 아이가 직장에 들어간 후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대신 써주는 중소기업 사장 아빠의 이야기는 '아이의 수호신' 역할을 자처하는 부모에서 비롯된다. 이걸 생각해 보자. '이렇게 자란 아이는 당신이 없다는 어떻게 될까?'


뒤집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아이가 겪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내가 옆에 있을 때 겪는 편이 낫다'고 여기고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놀다가 넘어지고 다치고, 다른 친구들에게 욕을 먹거나, 다투거나, 매를 맞는 일이 있어도 '누구 탓'으로 돌리지 않고 '세상을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사건, 사고' 임을 밝혀준다. 그래야 늘상 있는 시련에 고통받거나 좌절하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먼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있을 때 아이가 그런 경험을 한다면, 내가 코치해 주고 처리해줄 수 있어서다.


초등 마지막 학년을 맞이하는 내 아이에게는 더 많은 사건과 사고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사춘기가 시작하는 시기이니 만큼 가정에서 부모와의 갈등은 물론 학교에서, 밖에서 많은 친구들과 다양한 갈등과 시련을 겪을 것이다. 세상을 살면 마땅히 있을 일들, 당연히 겪을 일이면 차라리 내가 있을 때 겪기를 바란다. 그러면 "그런 일은 원래 숱하게 일어나는 일이야." 하면서 내가 어깨를 내어주고 조언해 줄 테니까.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아이가 슬슬 알아가기 시작할 때가 온 것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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