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한 봉지를 사서, 절반은 콩나물 밥을 하고, 나머지 절반으로 콩나물 국을 끓였다.
콩나물 밥을 앉힐 때에는 물을 평소의 2/3만 잡아야 한다. 콩나물의 제몸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이다. 물을 잡을 때 참치액 한 술과 다시마 하나를 함께 넣으면 간간하고 딱 먹기 좋은 밥이 완성된다.
콩나물 국을 끓일 때에는 싱싱한 콩나물 하나면 충분하다. 물 1리터가 펄펄 끓을 때 콩나물 밥을 하고 남은 콩나물 절반(약 250그램)을 넣고 10여 분 끓이면 콩나물에서 나온 맑고 노란 국물이 만들어진다. 이 때 칼로 찧어놓은 마늘 한 스푼과 파 두 세 스푼을 넣고 약 30초 한소끔만 끓이다 불을 끄면, 파향과 마늘향이 온전히 풍기는 콩나물국밥의 그런 맛이 난다.
밥이 되고 국이 끓는 동안 얼려놓은 소불고기 하나를 해동시켜 볶고 잘게 썰어놓는다.
진간장 두 세 스푼과 잘게 썬 파 두 세 스푼, 참기름 과 참깨, 고춧가루 반스푼을 넣고 섞어주면 콩나물밥 양념간장이 완성된다.
갓 지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콩나물 밥과 시원한 콩나물 국, 여기에 잘 익은 깍두기가 함께 좋다. 맛있는 김 한봉지면 최고의 밥상이 된다.
오늘 산 재료는 콩나물 1500원이었고, 소불고기 재료는 5,000원 남짓. 제 아무리 값을 쳐도 만원 안팎으로 세 식구의 맛난 점심이 해결된 셈이다. 이렇게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펴다가 이 글을 읽었다. 과식하지 말란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많이 먹지 말라'는 뜻도 있겠지만, '돈이 많이 드는 식사'도 과식에 넣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 글의 백미는 마지막이 아닐까.
'자기 습관의 주인이 되라'는 말인 즉 습관적으로 사는 삶을 거스르라는 뜻일테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생활의 절반 정도는 습관을 따른다. 그런데 그런 습관조차 의식하고 주도적으로 습관을 이끌어야 결국은 과식도 피할 수 있고, 무엇이든 적당한 양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내가 과연 습관의 주인으로 살고 있나 하나 하나 더듬고 있는 중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