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과 수도원의 공통점은 세상과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불평을 하느냐, 감사해하느냐 그 차이뿐이다. 감옥이라도 감사해하면 수도원이 될 수 있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그룹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즐겨하던 말이다. 언제든 그만두고 나갈 수 있는 수도사의 수도원은 행복의 공간인 반면, 출소일만 손꼽아 기다리는 죄수의 감옥은 고통 그 자체의 공간이다.
인간의 삶에서 몸담고 있는 물리적 공간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앞에서 실제 감옥에서 독서를 통해 거듭난 인물들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인물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베스트셀러 <칼의 노래>의 소설가 김훈은 오전 9시 전까지 산책과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8시경 작업을 마친다.
다작(多作)의 소설가 김탁환 도 경기 파주시의 작업실로 출퇴근하며 하루 8시간 동안 원고를 쓰는 자칭 ‘소설 노동자’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말처럼 자신의 공간을 수도원으로 승화시키느냐, 감옥으로 전락시키느냐는 본인의 자유의지와 감사하는 마음에 달렸다. 이러한 인식의 힘은 독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
하루 평균 열다섯 시간. 궁리를 반복하며 쓰다 지우기를 거듭하는 곳인 소설가 조정래의 서재는 그의 말대로라면 ‘글감옥’이다. 집필을 하는 동안은 거의 아무도 만나지 않고, '먹고 자고 쓰기를 연속'하는 것이 그의 생활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아침 7시 기상,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 아침밥, 오전 작업, 1시간쯤 낮잠, 점심 식사, 체조, 오후 작업, 저녁 식사, 뒤로 달리기, 잠깐 눈 붙이기, 야간작업. 집필하는 기간 동안 조정래가 하루를 이렇게 보내며 원고지 30장을 채우면 그제야 잠자리에 든다. 게다가 그는 컴퓨터가 아닌 수기(手記)로 집필한다.
조정래는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에서 소설 집필을 ‘숨 막히는 노동’에 비유하며 “내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고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곳. 그러니까 특실 감옥인 거죠. 세상의 모든 노동은 치열한 것을 요구할 뿐 감상적 기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 숨 막히는 노동을 견딜 자신이 없으면 작가 되기를 원치 마십시오.”라고 말한 바 있다.
- 스티븐 킹의 '루틴 감옥'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낱말로는 2천 단어쯤 된다. (중략) 정말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는 2천 단어를 다 쓰지 않고 중단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자기 자신에게 일정한 글쓰기 분량을 부여하고 그것을 지켜 습관화시키는 게 창작의 비결이라고 쓰고 있다.
스티븐 킹은 하루 일과 주에 매일 똑같은 시간, 주로 집중력이 높은 오전 시간대에 집필을 한다. 그리고 하루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집필을 중단하지 않았다. 하루 목표량을 정하고 나면 달성할 때까지 서재의 문을 열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맹세하고, 오로지 글만 써 나갔다. 이 같은 스티븐 킹의 집필법은 공부를 습관화하고 성과를 내는 데에 효과적이다.
약간 과하다 싶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하루치 분량을 설정하고, 반드시 목표를 채운다. 이를 위해서는 오롯이 공부에만 몰두할 시간과 환경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스티븐 킹의 경우 목표를 정하고 나면 달성할 때까지 서재의 문을 열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맹세하고, 오로지 글만 써 나갔다고 한다. 그는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문을 닫을 용의가 있어야 한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여러분의 결심이 진심이라는 것을 온 세상과 자신에게 공언하는 일이다. 여러분은 글을 쓰겠다는 엄숙한 서약을 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실천하려 한다. 새로운 집필 장소에 들어가 문을 닫을 때쯤에는 하루의 목표량도 정해놓았을 것이다.
육체적인 노동을 할 때처럼 글쓰기에서도 처음에는 목표를 낮게 잡아야 실망하는 일이 없다. 하루에 1천 단어 정도가 좋겠다. 그리고 (기왕 너그러운 자세를 보였으니) 적어도 처음에는 일주일에 하루쯤은 쉬어도 좋겠다. 그 이상은 안 된다. 더 쉬게 되면 이야기의 긴박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단 목표량을 정했으면 그 분량을 끝내기 전에는 절대로 문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하라. 종이 또는 플로피디스크에 그 천 단어를 옮겨놓는 데 열중하라.”
글을 쓸 때 스티븐 킹은 우선 서재의 문을 닫았다. 전화는 잠시 꺼두거나 울려도 아예 받지 않았다. 커튼을 치고 블라인드를 내려 바깥세상으로부터 차단했다. 책상 위 정신을 사납게 하는 불필요한 물건을 모두 정리한 후, 스티븐 킹은 그 이후에 요란한 음악을 틀어놓았다. 좋아하는 하드록음악을 계속 틀어놓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격리하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이렇게 거의 매일 날마다 같은 시간에 서재에 들어가 문을 닫고 바깥세상과 단절한 채 책상에 앉았다. 시간을 정해 외부와 교류를 단절하고 몰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목표를 채워나가는 것, 이를 매일 습관처럼 해나가면 반드시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혼자가 될 때, 그때 그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이외수의 '아내가 제작한 철문 감옥'
청년시절 평소 잘 씻지 않고 머리를 감지도, 자르지 않아서 기인으로 알려졌던 이외수. 긴 할머니 머리로 유명한 그는 외모만큼 집필 ‘버릇’도 ‘괴팍하고 요란’했다. 장편소설 ‘벽오금학도’ 집필하기 전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5년 동안 펜을 꺾으며 절필(絶筆)을 선언했다.
‘벽오금학도’를 쓸 결심이 섰을 때 그는 아내에게 “글을 쓰지 않으니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방에다 철문 같은 걸 달아놓으면 모를까 필시 뛰쳐나가 술을 퍼마실게 뻔하다.”라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는 그 길로 시내로 가서 춘천교도소에 철문을 납품하는 업자를 찾아가 정말 집필실에 철문을 달았다. 이외수는 대소변을 안에서 해결하고, 문 아래 구멍으로 ‘사식’을 받아먹으며 ‘벽오금학도’를 썼다. 다 쓰는 데 5년이 걸렸다. 결국 5년 간 ‘글감옥’에서 진짜 수감생활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