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할 일을 하고 싶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세운 후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이 같은 질문으로 하루를 열었다. “No."라는 대답이 며칠 동안 계속되면 ‘바뀌어야 할 시간’이라고 여기고 변화를 모색했다.
암으로 투병하다 생을 마감한 스티브 잡스에게 ‘죽음‘은 ’ 살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는 시간의 유한함을 매 순간 각성하게 하는 단어였다. 그는 죽음에 대해“내가 곧 죽는다는 걸 기억하는 건, 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왜냐하면 외부의 기대든, 자존심이든, 망신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든, 뭐든 간에 죽음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죽음을 기억하면 정말로 중요한 것만 남는다.”라고 말했다.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병상의 환자들이 시간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 역시 독서였다.
- 병상에서 미래사업을 완성시킨 손정의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인생의 위기가 닥쳐오는 순간이 있다.1983년 스물여섯에 일본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는 어느 날 회사 건강검진에서 중증 만성간염 판정을 받는다. 만성간염이란 간의 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수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특별한 증상은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간에 손상을 주어 정상적인 간 조직이 섬유화 되어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며 간 기능 부전으로 진행되어 최악의 경우 간암이 될 확률이 높은 질병이어서 최대한 간이 쉴 수 있도록 사회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최악의 경우 5년 이상을 버틸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은 젊은 비즈니스맨에게는 날벼락같은 선고였다.
창업한 지 2년 만에 사원 125명, 매출 45억 엔이라는 성공을 이룬 소프트뱅크의 사장 손정의는 하루아침에 환자 신세가 되었다. 간을 쉬어줘야 하는 병이기에 일도 하지 못하고 진단받은 다음 날 병원에 입원한 손정의는 밤이 되면 혼자 자신의 처지가 분해서 울었다.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벌며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건강을 잃으면서 힘들게 얻은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어쩔 수없이 병실에 앉아 원격 조정 경영을 하며 3년간 병마와 고독과 싸워야만 했던 그였지만, 투병생활은 남달랐다. 비록 병실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생각을 바꿔 비즈니스를 못하는 입원기간 동안 자신을 키우고 미래의 비전을 확립하는 시기로 정하고 병상에서 미친 듯이 책을 읽었다. 그는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의지와 희망을 품고 한 권 한 권 차분히 읽어 나갔다. 그렇게 몇 년간 간절한 마음으로 읽은 책들은 지식과 지혜를 주었고 그의 내면을 강인하게 단련시켜 주었다.
손정의는 제일 먼저 마음속 우상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시바 료타로 소설 <료마가 간다>를 다시 정독했다. 장편소설 <료마가 간다>는 손정의가 열여섯 살 때 평생의 큰 뜻을 품게 해 준 책이었다. <료마가 간다>를 읽던 손정의는 33세에 생을 마감한 료마는 죽기 전 마지막 5년 동안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위대한 일을 해내고 있었는데, 병으로부터 제 한 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손정의는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다짐했다. ‘자, 나도 5년이다. 그동안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그것을 하자, 목숨 바쳐서.’
손정의는 병원에서 투병하는 3년 동안 무려 4,0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보통 사람들이 평생토록 읽어도 다 못 읽을 만큼을 단 3년 만에 읽은 것이다. 그리고 손정의는 이 시기에 평생의 경영전략이자 소프트뱅크 특유의 경영 전략인 ‘제곱 병법’을 만들어냈다.
긴 투병생활 끝에 기적적으로 퇴원한 스물아홉 손정의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얻은 혜안으로 미국에서 소프트뱅크를 상장시키고 2천억 엔의 거금을 손에 쥐었다. 자금을 확보한 그는 독서를 통한 영감과 그가 평소 구상하던 아이디어를 합해 일생일대의 승부를 걸게 된다. 바로 ‘머지않아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비전이었다.
그는 800억 엔을 주고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전시회인 ‘컴덱스(COMDEX)’를 사들였다. 또한 컴퓨터 업계에서 세계 최대의 출판사인 '지프 데이비스(Ziff Davis)'를 사들인다. 이때 들인 돈은 2,300억 엔이었다. 총 3,100억 엔, 그는 빚쟁이다 되었다.
일본의 업계에서는 손정의가 쓸데없는 기업을 거액에 사들이며 빚쟁이가 되었다며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그는“보물 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도 아니고, 약도 아니고, 대포도 아니고, 바로 지도와 나침반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로 이끌 지도와 나침반은 컴덱스와 지프 데이비스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판단은 주효했다.
손정의는 지프 데이비스의 직원들에게 21세기 세상을 이끌 사이트 5개를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그 속에 발견된 보물이 바로 제리 양의 야후였다. 당시 야후의 미국 직원은 겨우 5~6명. 그는 이제 막 설립된 야후에 100억 엔을 투자하여 최대 주주가 되었다. 그리고 야후 재팬을 만들었고, 오늘의 소프트뱅크를 있게 한 토대를 만들어 냈다.
손정의 회장은 2014년 9월 19일 또 한 번 뉴스의 중심이 되었다. 지난 2000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약 205억 원)를 투자한 바 있는데, 14년 만에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상장이 결정되면서 이른바 잭팟을 터트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애널리스트들의 알리바바 기업가치 추정치 평균은 1680억 달러인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지분율 34.4%로 알리바바의 최대주주가 되었고, 그 가치는 무려 578 억 달러나 된다. 초기 투자한 2천만 달러의 3000배에 달하는 578억 달러(약 59조 원)를 벌게 되면서 손 회장은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에 따른 최대 승자가 됐다.
손 회장과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잭 마) 회장의 만남 역시 드라마틱했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창업 전 중국 정부기관의 관광가이드 일을 했는데, 그때 자신이 가이드를 하던 관광객 중 한 명이 제리 양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친분이 생겼고, 마윈이 알리바바를 창업한 이듬해인 2000년에 제리 양이 손정의 회장에서 마윈을 소개했다. 마윈의 사업 아이디어에 설득된 손 회장은 당시 알리바바에 거액인 2000만 달러를 기꺼이 투자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마윈 역시 소설가 김용의 모든 소설을 꿰고 있는 무협소설광이었다는 것이다. 여행 가이드와 부호의 만남 속에서 과연 이들은 무엇을 소재로 한 대화 속에서 서로를 읽고 접점을 찾은 것일까?
평범한 재일교포 3세 손정의에게 이러한 승승장구를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바로 ‘독서의 힘’이었다. 그는 지금도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마다 <료마가 간다>를 읽었다. 한편 자신의 사업에 대한 철학과 비전의 잣대가 되는 ‘제곱 병법’은 그가 가장 좋아하고 최고로 꼽는 책 <손자병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손정의가 사들인 컴덱스와 지프 데이비스는 사업 성공이라는 보물 찾기에 있어 지도와 나침반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그의 보물 찾기에 있어 지도와 나침반은 3년 동안 병상에서 읽은 4,000권의 책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