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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녀가 갚아야 할 빚을 지고 있다

by 리치보이 richboy

당신은 자녀가 갚아야 할 빚을 지고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보다 정복과 모험의 역사를 아름답게 쓴 사람은 없다. 러디어드 키플링보다 전쟁과 영광, 제국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쓴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일들로 매우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겼다. 루스벨트의 아들 쿠엔틴은 프랑스 상공에서 격추되어 세상을 떠났다. 키플링은 1915년, 전쟁에서 아들 잭을 잃었는데, 쏟아지던 총알과 포탄에 시신의 신원도 확인할 수 없었다. 루스벨트는 장남을 잃고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곧 아들을 뒤따라갔다. 키플링은 슬픔에 잠겨 마지막 시 한 편을 썼다.


"내 아들 잭의 소식은 없나요?"

이 파도에는 없어요.


"아들은 언제쯤 돌아올 것 같나요?"

지금 부는 바람과 파도에는 돌아오지 않을 거에요.


이것은 어떤 부모도 겪어선 안 되는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 두 위인에게 책임이 없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불가능한 기대를 걸고 압박을 가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러한 대학살을 초래한 정책을 장려하고 기꺼이 지지했던 세대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 시대의 결정권을 갖고 있고, 그 결정의 결과는 주로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한다. 우리의 자녀와 손주들은 당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며, 어쩌면 당신도 그곳에서 마음 아플 만큼 오래 살게 될 수도 있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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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오늘 계시가 있는 것만 같다. 톨스토이 할어버지에 이어 라이언 마저 이런 글로 나를 흔들고 있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죄지은 자의 당연한 단죄를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미래의 세대들에게 매일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어느 방송에서 출연자가 나와 우리는 '매일 7조 정도의 국부를 날리고 있다'고 진단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큰 금액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매일 국부가 줄어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국민으로서 충분히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에 계속 이어지는 심리적 불안을 국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즐거울 일을 찾고 싶은 마음도 없고, 딱히 즐거울 일도 없다.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의 흥을 돋우는 일을 하는 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줄폐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수십만의 자영업자가 폐업을 했다. 나아가 자영업자를 넘어 회사와 법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적인 측면을 따지면 요즘 우리 국민들은 '총성없는 전쟁터'에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 스트레스를 줄이자고 정치에 참여한 것인데, 오히려 위정자들이, 관료들이, 사법부가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마음의 위로를 받고 기대어 안정을 할 곳이 없으니 하루 종일 길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러한 기분은 시선을 내려 아이들을 보면 참담하기까지 하다. 병원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어 '부디 아프지 말기를' 하고 바랄 뿐이다. 죽어라 공부해서 꿈에 그리던 의대를 들어간 수천명의 학생들은 수년 째 백수로 지내고 있다. 소수의 위정자의 판단으로 벌어진 일들, 이 파장은 누가 해결할 것이고 이들에게 진 빚은 어떻게 갚을 것인가. 이런 기분을 안고 무슨 소비를 할 것이며, 무슨 즐거움을 찾을 것인가.


생각해 보라, 풍전등화의 상황이 몇 달 째라면 죽도록 불안하지 않을 이가 과연 몇이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수습해서 더 이상 자녀들에게 우리의 빚을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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