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사려고 하면, 길을 가다 만난 사람의 신발만 보이는 법.
그런 까닭일까, 오늘 읽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글이 '탄핵선고를 준비 중인 헌재재판관들'에게 하는 말 처럼 읽혔다.
특히 "좋은 삶을 살려면 진리에 의지하고 또한 앞서 살았던 현자들에게서 가르침을 구하라"는 말은 이럴까 저럴까 고민중인 그들에게 폐부를 찌르는 힌트를 주는 것 같다. 특히 말미에 "진리를 알고 싶다면 개인적인 이익이나 손해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결정을 내리도록 하라."는 말씀은 더욱 더 깊숙히 새겨지는 조언이다.
최근 들어 유독 지금껏 걸어왔던 길의 정반대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하는 것 같다. 특히 머리에 눈이 잔뜩 내린 내로라하는 지식인이나 특권층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평생을 그 모습으로 각인될 만큼 존경을 받아온 그들이 말년에 모습을 달리하는 건 왜 일까. 지금껏 잘 못 살았다는 고백인 걸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놓치 못하는 미망인 걸까. 안타깝고 서글프다.
국민배우 안성기는 젊어서부터 최근까지 맥심커피로 유명한 동서커피 모델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모델로 있는 동서커피의 매우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커피 모델을 하기 전에도 동서커피를 즐겼는지 모르지만, 모델을 하는 동안 그 제품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라 할 것이다.
'법관들의 법관'이라 불리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그들이 사법고시를 합격한 이후부터 법관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높은 자리, 가장 책임이 무거운 자리에 선 사람들이다. 재판은 해결할 수 없는 국민의 다툼에 대해 국민의 기준으로 최고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사람인 법관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가 만든 법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이다. 종합해 보면 재판 역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일인 셈이다.
탄핵은 국민이 믿고 맡긴 자리에 앉은 자가 국민의 뜻에 따라 일을 하기는커녕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배신자에게 더 이상 그 일을 맡길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회의원에 의해 탄핵은 결정되었고, 지금 마지막으로 법에 의해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온 국민이 목격하고 온 세계가 경악한 12월 3일의 현장을 보고 '대통령이 옳았다'고 말하는 자 누구인가. 재판관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럴진대 무엇에 흔들려 지금껏 선고를 미루고 있는가. 그대들이 말하는 엄중한 살핌은 무엇인가.
그대들이 지금껏 해 왔던 숭고한 일을, 이번에도 하라.
그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