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문제를 갖고 있다. 우리도 알고 있다. 부모로서 우리의 목표는 그 문제를 아이들에게 대물림하지 않는 것이다. 악의 순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우리가 맞서 싸우던 악마가 더 쉬운 목표물인 아이들을 찾아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악마가 새로운 악마들을 초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더 많은 피해를 일으키지 않고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내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필립 라킨의 시는 이런 경향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이 너를 망칠 거야. 너의 엄마, 아빠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될 거야.
불교에서는 번뇌가 대를 이어 전달되는 방식인 윤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왜 괴로움은 한 세대에서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번뇌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가 자신의 괴로움을 인지조자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지는 하지만 여전히 노력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다. 그런 우리가 완벽한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관문을 두드리는 악마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많은 없다.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상담을 받으러 갈 수 있다. 건강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러면 아이들도 이런 생활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랄 것이다. 우리의 분노, 좌절,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할 수 있다. 그러면 최소한 아이들은 우리의 짐을 물려받지 않을 것이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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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 <데일리 대드>를 자녀 양육에 있어 바이블로 여기고 매일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글을 만나는 때문이다. 내 마음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놓고 나만 펼쳐보는 생각들을 이렇게 다른 사람의 글에서 만나면 마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속옷을 들킨 것처럼 모골이 송연해지고 정신이 아찔해진다. 화들짝 놀라면서 한편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에 긴 한숨과 함께 울컥한다. 이 글을 읽으며 그런 감정을 느꼈다.
나에게는 죽을 만큼 아픈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한 방송에서 들은 어느 노래를 듣고 홀로 펑펑 운 적이 있었다.
바로 아래에 있는 곡인데,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보시라.
https://youtu.be/TIlssB0IJvU?si=lIb6WfBhrO7HLOLn
이 노래 이들에게서 들었을 때는 내가 환자였을 때인데,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아픈 아비로 존재한다는 점이 무척 미안했지만, 어쩌면 아빠의 병증이 아이에게도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그런 때에 '아들아, 날 닮아서 미안해'라는 이 노래의 노래가사는 내게 비수처럼 박혔다. 불완전하기만한 나에게 자식으로 태어나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어린 아이를 보는 건 내 병증으로 받는 아픔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떨치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 역이 아이 덕분이었다. '불완전하고 불안한 아빠일지언정 아이 옆에 있어주는 것이 사라지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이 옆에 존재하면서 점점 더 나은 아빠로 존재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였다. 나쁜 것 따위를 고쳐서 더 좋게 만듦이라는 뜻의 '개선'이 나를 지금껏 존재하게 만들었다.
https://brunch.co.kr/@richboy/379
내 아이에게 좋은 것만 경험하게 하고 싶고, 주고 싶고,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내가 여려므로 부족한 사람'이란 걸 아는 사람 역시 부모이다. 어쩌면 이 딜레마를 메우며 살아가는 것이 부모의 삶이 아닐까. 죽을 만큼 힘에 겹고, 어려우며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 시간들이 특별하고 유니크 하기에 '부모가 아니라면 경험하지 못하는 시간'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누군가는 말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백번 천번 공감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죽을만큼 아파도 나는, 다시 깨어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이 옆에는 내가 있어야 하니까, 나는 부모이니까.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