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공부는 시원하게 쉬어 주었다!
다름이 아니라 윤석열이 민간인으로 내려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느라 쉬었다. 22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내려오는 걸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다수였다면, 한편 쓸쓸한 뒤안을 지켜보며 쓴 입맛을 다신 사람들도 보였다. 힘겹게 뽑아 줬으면 잘할 것이지, 또 다시 중도에 내려오나 하는 한숨도 들렸다.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일을 계기로 '공포'라는 걸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꽤 많은 시련을 겪은 바 있어 왠만해서는 두려움보다는 피곤함을 먼저 느끼는 편이었는데,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공포로 다가왔다. 처음엔 무기력감이었던 것이 누적되자 가슴답답함으로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점입가경, 즉 갈수록 상태가 더 나빠지는 대통령의 횡보를 보면서 '내가 언제까지 이 꼴을 봐야 하는가' 하는 한숨과 '이 나라가 어디까지 망가질까?' 하는 탄식이 거의 매일 반복되었다. 무엇보다 다가올 미래가 '희망'찰 법 한데, '절망'으로 다가오자 하루하루가 숨막혔다.
그런데, 오늘 오전 11시 22분 이후, 그 답답함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 어둡던 장막이 이렇게 순식간에 걷힐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방송을 보다 보니 누군가 " 봄이 온 줄 , 오늘 알았다."고 말했는데,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목련이 핀 것을 오늘 오후에 알았던 것이다. 며칠 전부터 움텄을 목련을 오늘에야 보다니...
지금껏 뭔가에 취해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깨어나야겠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묵은 우울감일랑 떨쳐버리고 새 기분으로 올 봄을 만끽해야겠다.
저녁을 먹고 습관적으로 공부를 하려니 홀가분한 기분 탓인지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공부를 그만 두었다. 어쩌면 평생 없을 오늘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봄바람을 느끼며 바닷가 산책이라도 할까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캔맥주라도 한 잔 할까.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