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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속에서 종종 나를 만난다

by 리치보이 richboy

내 안의 아이와 만나기



제 2차 세계대전의 어둠이 그를 덮쳤다.

그는 수많은 중요한 고민을 안고 있는 노인이었다. 그는 권력과 성공을 거머쥐었고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하지만 1944년, 윈스턴 처칠은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자신의 손자를 위해 장난감 기차를 조립하는 한 젊은 병사를 발견하고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에릭 라슨이 자신의 책 <폭격기의 달이 뜨면>에 묘사한 것처럼 그 병사는 수상에게 경례를 하기 위해 행동을 멈췄다. 처칠은 손사레를 치며 가반히 바라보기만 했다. 병사의 경례가 끝난 후 처칠은 그에게 이 장난감이 작동하는지 물어보았고, 두 사람은 함께 기차가 선로를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엔진이 두 개 있군." 처칠이 말했다. "다른 하나도 선로에 올려보게" 병사는 시키는 대로 했고, 대영제국의 리더이자 히틀러에게 맞서 싸워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처칠은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쭈그려 앉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충돌시켜 보자고."


자녀가 있다는 것의 멋진 점은 자녀 덕분에 우리 안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동심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바닥에 엎드려 기차 두 대를 충돌시키며 놀 기회를 준다. 우리는 레고로 멋진 조형물을 만들 수 있고 핼러윈 의상을 차려입을 수도 있다. 역할극 놀이를 할 수도 있고 어린 시절에 즐겨 듣던 음악도 들을 수 있으며 예전에 좋아했던 영하를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단순히 신나는 핑곗거리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 기쁨과 즐거움을 잊지 말고, 자녀와 함께 그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자.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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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서너살이었던 어느 날 아이를 세발 자전거에 태우고 해운대 방파제를 걷고 있었다.

"우와~ 저기 엄청난 다리가 있다. 거기에 차가 막 쌩쌩 다니네?"

나는 길고 긴 광안대교를 보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두리번 거리며 대답했다.

"어디? 나는 안 보이는데..."

나는 그 날이 되기 까지 작은 키의 아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후 나는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일부러 무릎을 꿇고 키를 낮춰 함께 보려고 했고, 아니면 무등을 태워 내가 보는 세상을 보여주려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엇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 누구나 애가 된다"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저절로 엇비슷한 나로 돌아갈 때가 있다. 자식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를 보노라면 내 옛날이 생각나기도 해서 그 시절 내가 갖고 싶었던 걸 사 주거나, 아이가 사달라고 하면 그 마음을 이해하고 무리가 가더라도 사주고는 한다. 그 무엇이든 아이가 기뻐하면 나도 기쁘다. 아울러 나의 옛날을 보상받는 기분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꼭 이 말을 한다. "나도 너희 아빠 같은 아빠, 갖고 싶다." 나에 대한 스스로의 칭찬, 맞다 그거다.


주위 사람들이 종종 내가 '어려보인다'고 말한다. 뒤늦게 아이를 가진 탓에 '늙은 아빠를 뒀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젊은 아빠들이 입는 옷을 찾아서 입고 흰머리가 보일랑 말랑하기만 해도 재빨리 염색을 하기도 하고, 유독 주름진 얼굴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도 한 덕분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어린 아이와 함께 살고 있어서 덩달아 어려진 거라 믿고 싶다.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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