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즉 부끄러워 하는 마음은 인간만이 갖는 감정이다.
부끄러워할 줄 알기 때문에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반성한다. 부끄러워할 줄 알기 때문에 남을 의식하고 제 감정을 억누른다. 부끄러워할 줄 알기에 미안할 줄 알고 고마워할 줄 안다. 하지만 동물은 몰염치하다. 제 감정에 충실하고, 제 욕구와 본능에 충실하다. 부모 형제도 몰라 보고 후회도 반성도 할 줄 모른다.
지난 겨울을 겪으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확인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인두껍을 쓴 동물'을 확인했다. 그들을 보면서 '나보다 나은 사람들',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동물같은 것들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은 결국, 인간의 몫이 이었다. 인간과 동물은 무엇을 선택할 지, 한끝 차이다. 동물은 부끄러운 짓을 해도 상관이 없지만, '인두껍을 쓰고 인간인 척 하는 동물'은 제가 한 짓으로 인간들을 부끄럽게 하고 괴롭힌 '죄'를 짓는다. 그것들은 이제 '벌'받을 일만 남았다.
100년 전을 살다 간 톨스토이 할아버지는 '인생의 기쁨'은 더 큰 부와 명예에 있지 않다고, 오히려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울 때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역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두껍을 쓴 동물을 추앙하고 되고 싶은가, 아니면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 될 것인가의 선택은, 결국 친구에게 달렸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