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자
"수면은 죽음이라는 자본에 지불해야 하는 이자다.
이자율이 높을수록, 정기적으로 지불할수록 상환 날짜가 연기된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당신은 자녀가 잠을 자지 않을 때 컨디션이 엉망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한다. 만약 아이들을 혼자 내버려두면 밤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걸 안다. 그래서 십대가 된 자녀에게 통금시간을 엄격히 지키게 한다.
그런데도 당신은 늦게까지 무의미하게 TV를 시청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휴대폰을 하느라 늦게 자서 아침에 -또다시- 피곤해 한다. 잠자리에 들 수 있었고, 그래야 한다는 것도 알았지만 당신은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고통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당신의 아이들이다. 잠이 부족한 당신은 쉽게 짜증이 나고 에너지가 없으며 뒤처진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아이들은 당신을 위선라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자. 취침 시간을 정하고 잠을 소중히 여기자. 자신을 돌보자. 그러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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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것이 '잠자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산 사람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난 후에는 되도록 늦게 자려고 노력을 했고, 하루 3시간 정도로 적은 잠을 자고도 멀쩡한 -사실은 멀쩡하지 않았지만 - 상태를 자랑으로 여겼다. 그렇게 20년을 살다가 암에 걸렸다. 정신이 멀쩡했더라면 내 상태를 일찍 파악해서 병원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온전치 못한 정신이라 몸상태가 이상해도 버티면 되는 줄만 알았다. 그러다 '대장암 3기'로 배를 가르고 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2년여를 독약같은 항암제를 먹으며 바닥을 기다시피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수술을 한 지 8년째가 된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암에 걸린 첫번째 이유는 수면부족, 두 번째 이유는 스트레스라고 손꼽는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인 스트레스도 잠을 적게 잔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별 일도 아닌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남들보다 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게 암을 일으키게 한 건 '수면부족'이었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한 개비 피울 때 마다 수명이 1시간이 줄어드는 것처럼, 내가 잠을 줄이는 시간만큼 내 수명이 줄어든다는 걸 나는 나중에 알았다. 수면시간은 아까워 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시간을 잘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충전시간'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수면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낮이고 이른 밤이고 졸리면 그냥 잔다. 낮에는 25분짜리 알람을 맞추고 쪽잠을 잔다. 10분은 너무 짧고 1시간 이상이 되면 낮잠이 아니라 수면이 되어버려서 더 피곤해진다. 새벽에 일어나 40분 가량을 걷는 것도 필수, 밤에 되도록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궈 피로를 풀고 제 시간에 잠에 들고 하루 6시간 가량을 잔다(주말엔 8시간).
아이의 수면은 더 엄격한 편이다. 나는 공부보다, 독서보다 아이의 수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초등 저학년 때까지 10시간을 재웠고, 초등 고학년이 된 지금도 8시간 이상을 재운다. 공부를 하다가고 잘 시간이 되면 책을 덮게 한다.
아이들의 수면시간은 단순히 잠을 자는 시간이 아니라, 키가 크고 몸이 성장하는 시간이다.
하루 1밀리미터도 되지 않지만 아이들은 매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란다. 키가 크고 몸이 커지고 뇌가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잠을 줄이면 그만큼 키를 줄이는 것과 같고 크는 뇌를 멈추게 하는 것과 같다.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시키려고 아이의 뇌 성장을 멈추게 하는 건, 한마디로 미친 짓과 같다.
아이가 잠을 푹 자면 성격이 온순해진다. 스트레스도 덜 받고, 하루종일 활동도 활발하다. 식욕도 좋고, 학교에서도 졸지 않는다. 한마디로 잠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해독제이자 성장주사이자 총명탕이어서 아이가 숙면을 취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좋아진다. 이 좋은 걸 아프고 난 뒤에야 알아서 후회스럽고, 그마나 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스럽다. 무엇보다 아이에게는 수면의 중요성을 늦지 않게 가르치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싶다.
친구여, 자라는 내 아이에게 다 집어치우고, 푹 자게 하자!
아이에게는 숙면이 최우선순위다!
편안한 잠자리만 갖춰주면 더 이상 돈도 들지 않고 학원이나 병원주사같은 외주도 필요없다.
그리고 아이가 그걸 하게 하려면, 당신 먼저 일찍 자기를.
아이더러 일찍 자라고 하면서, 부모가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폰질을 하면
아이로부터 필경 '지들은 안자면서 나보고만 자래' 하며욕을 처먹는다.
그러니 아이에게 욕먹지 말고 일찍 자기를.
아이는 본래 내가 하라는 건 죽어라 말을 안듣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꼭 따라하기 때문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