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너의 모든 것 YOU
넷플릭스를 오랫동안 구독하고 있지만 시리즈를 끝까지 보는 경우가 드물다.
처음에 눈길을 끌어 시작을 했다가도 시간적 가성비를 따지느라 '이 시리즈를 끝까지 봐야 하나?' 자꾸만 견주는 바람에 주로 시즌 1의 1화를 보는데 그친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시리즈를 끝까지 본 작품이 열 손가락 정도에 그치는데, 엊그제 마지막 시즌을 기다렸다가 완결한 작품이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심리조작에 능한 매력적인 남자 조, 그는 짝사랑하는 여자를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뉴요커가 오싹하면서도 짜릿한 재미가 있다"고 평한 작품>이라고 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애정결핍에 빠진 머리 좋은 싸이코패스인데다 시리얼 킬러이기 까지한 놈의 여성편력기 정도 될 것 같다.
작품의 대략적인 것만 설명해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어렵다만, 내가 이 작품에 몰두하게 된 주된 요인은 바로 남자주인공 <조의 독백> 때문이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살아보면서 계속해서 깨닫는 건 '내 마음도 모르겠어'가 아닐까.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가 사건에 따른 주인공들의 대사와 연기에 따라 작품이 진행된다면, 이 작품은 회당 절반 가까이 주인공 조의 '독백'으로 덮여 있다. 그리고 그의 행동과는 전혀 다른 속내를 들으면서 어디서 한 번 쯤 품어봤던 마음들을 발견하고, 사뭇 놀라거나 소름끼치게 된다.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바이오리듬이 있듯 삶의 여정에서도 일련의 싸이클을 경험하게 된다. 싸이클의 정상에서는 소의 뒷걸음질로 쥐가 잡히듯 별 신경 쓰지 않던 투자가 대박을 치거나, 생각치 않은 행운이 겹친다. '어머, 나 미다스의 손인가봐' 하고 놀랄 때 정상의 상투 끝 쯤 되겠다.
오르는 건 힘든내 내려가는 건 거의 꼴아박는 수준이다. 착착 진행 되던 일이 순식간에 찌그러지거나, 손 대는 투자 마다 깡통을 찬다. 게다가 사기까지...설상가상으로 곁에 있던 동반자의 이별 선고는 지하 1층으로 여는 문을 여는 셈이 된다. 이러한 인생의 싸이클에 걸친 순간들 속에 내가 '속으로 한 말'들은 무엇일까?
특히 이성에게 관심을 갖고, 썸을 타고, 사랑을 했을 때, 나는 어떤 감정이었고, 그 때 내가 했던 '속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뿐' 같았던 사랑이 배신을 당하거나, 그보다 훨씬 더 빵빵한 사랑(?)을 만났을 때 상대가 갖는 '나의 속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친구들은 궁금하지 않은가? 그것 들을 <너의 모든 것>에서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의 속마음을 이미 들은 바람에 앞으로 펼쳐질 내용을 알게 된 시청자는 상대 여주인공을 바라보며 "야, 바오야. 피해~아니면 먼저 선빵!!" 하고 쫄깃쫄깃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데, 이를 두고 '써스펜스'라고 한다. 주인공의 독백으로 가득한 만큼 서스펜스로 가득한 작품이다.
분명 남자 주인공 조는 악역이고, 미친 싸이코패스다. 하지만 처음은 처음대로 그의 매력에 빠져 그를 거부할 수 없게 되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내 마음 깊숙히 숨겨진 무엇이 자꾸만 그와 공감하게 하는 아주 묘한 기분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눈길을 끌게 하는 매력적인 외모와 나이스한 목소리, 게다가 중고서점을 운영하는 지적인 사장님이라니...겉과 속 모두 음흉하고 응큼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아직 누구에게 <너의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커밍아웃하지 않았지만, 살짝 머뭇거리게 한다. 아내는 내가 이 시리즈를 볼 때 마다 '이상한 놈' 보듯 한 눈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즌을 마친 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벌써부터 '진솔하기 짝이 없는 조의 독백'이 그리운 건지도 모른다. 음흉하고 응큼한 드라마라는데도 보고 싶다면, 당신도 이미 온전한 정신은 아닐지도 모른다. 굳이 리뷰까지 하는 나처럼.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