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의 삶이 꽉 차버린다.
축구 훈련, 학교, 첼로 레슨, 집안일.
부모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화면 앞에서 시간을 낭비하거나 뒤처지지 않길 바란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길 바란다.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무려 2,000년 전에도 풀루타르크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삶을 지나치게 계획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아이들에게는 계속되는 과업 사이에서 숨 쉴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 우리는 삶이 열중하는 시간과 휴식하는 시간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지치고 피곤할 때 일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달력이 스케줄로 꽉 찼을 대 행복함을 느끼는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지는 않은가? 아이들은 어떨지 상상해 보자. 심지어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번아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부모의 일이다.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자. 휴식할 기회를 주자. 그것이 당신의 일이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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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바쁜 연령층이 '아이들'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과 과외가 일주일 속에 꽉꽉 들어차 있다. 학교를 마치면 방과후 수업이라고 해서 다양한 취미활동와 학습을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을 마다하고 정문을 나오자마자 학원에서 보낸 봉고차를 타고 학원을 내달린다.
학원에 도착하면 수업을 마치마마자 위 아래 층에 있는 다른 과목의 학원을 가야 하고 중간에 짬이 나면 편의점에 들려 간식거리로 허기를 채운다. 늦은 저녁 집에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학교와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해야 한다. 심지어 이런 일정들이 주말까지 스케줄로 꽉 들어차 있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은 시간에 목말라 헉헉거리고, 부모는 지갑이 매말라 헉헉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꼭 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런데 그러고 있다. 모두 '두려움' 때문이다. 다른 집 아이들이 하는 공부는 엄청나 보이고 내 아이가 하는 공부는 한없이 부족해 보니, 매달릴 곳이 학원과 과외다.
학원은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진공청소기' 같은 구조의 집단이다. 아이들이 학원의 문을 두드리면 실력을 가늠한다고 이른바 레벨 테스트를 하고,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면 '점점 나아진다. 그런데 OOO가 조금 부족하다'고 말해서 수업을 계속 듣게 하거나 다른 수업을 듣도록 이끈다. 아이가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방학이 되면, 각종 특강들이 생겨나 그 시간마저 빼앗아간다. 그에 추가되는 특강비는 학원비의 곱절이다.
선행은 선행일 뿐, 내 아이가 얼마나 배우고 익히는 지 알지 못한다. 진도를 빼는 만큼 부모는 '내 아이는 중3까지 하잖아', 고 1까지 하잖아' 라고 말할 뿐, 내 아이의 실력이 얼마만큼인지 알 지 못한다. 어쩌면 알기가 두려운지도 모른다.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그 꼴을 볼 수 없다'고 말할 만큼 아이의 자유시간을 두려워한다. 어쩌면 부모가 어쩔 줄 모르는 것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학원의 효용성은 공부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제법 하는 아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찾을 때 효율이 높은 곳이다. 혼자서 충분히 공부했는데도, 부족함을 느낄 때 다시 말해 '더 배우고 싶을 때' 최고가 된다. 그리고 학원에서 1시간을 배우면 2 시간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학습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런 것을 하루에 두 세 군데를 다닌다면 학교 수업을 통틀어서 10시간여를 듣기만 한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맞는 소리인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 일요일 아이와 함께 밖에서 점심식시를 하고 산책을 하면서 아이와 같은 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였다. 같은 반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온 아이의 첫마디가 "병원에 있는 동안 정말 좋았다." 였다고 한다. 하루 종일 병원에 있으니 학교도, 학원도, 과외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아픈 것은 둘째치고 그런 자유감이 좋았던 것이다. 아이의 그 말에 아이의 건강과 함께 잔뜩 밀린 학원 진도와 그만큼 복구할 수 없는 학원비에 발을 동동 굴렀을 그 아이의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까 궁금한 건 내가 부모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아프고 싶던 날은 '월요일'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가는 매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시간을 더 만들어줘야 겠다고 반성한 글, 내가 유독 라이언의 글을 매일 찾아 읽는 이유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