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다면, 남에게 읽히는 글을 써라!

혼독 - 혼자라면, 읽을 때다 36

by 리치보이 richboy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남에게 읽히는 글을 써라!



하버드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에게 한 기자가 “앞으로 바라는 게 뭡니까?”라고 묻자 대부분이 “지금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글 쓰는 능력이 더욱 절실해진다. 글을 잘 쓰지 못하면 제아무리 훌륭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제대로 알릴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글을 잘 쓰면 자신의 지식을 글로써 통해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소리다.


미국의 명문대학에서는 하나같이 글쓰기 교육을 강조한다. MIT교육프로그램의 책임자는 MIT 학생 대부분은 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고, 리더가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MIT 글쓰기 교육에는 소설가, 에세이 작가, 시인, 번역가 전기 작가, 역사가, 과학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수십 명의 교수진이 포진되어 있다. 또한 학생들은 이들에게 졸업할 때까지 네 과목의 글쓰기 과정을 이수해야 하며, 교육과목은 설명 및 수사학, 창작, 과학 글쓰기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하버드 대학교의 경우 매주 12시간 정도 글쓰기 수업을 하는데, 자습과 독서, 논문 작성, 리포트 작성 등을 감안하면 매주 30시간 정도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글쓰기 교육을 점차 강화해나가고 있는 이유는 정보화 시대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2017년 2~3월 자연과학대학 신입생 253명을 대상으로 글쓰기 능력 평가를 시범 실시한 결과 10명 중 4명가량이 '글쓰기 능력 부족'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체 응시자의 25%에 달하는 63명이 서울대의 정규 글쓰기 과목을 수강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서울대는 이번 평가에서 하위 약 10%에 해당하는 24명에게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교수들이 글쓰기를 지도하는 멘토가 되는 '일대일 글쓰기 멘토링(mentoring)'을 실시했다.


대한민국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글쓰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그럼 글쓰기 훈련은 언제 하느냐’ 하는 점이다. 초중고등교육의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충분히 익혀야 할 글쓰기를 ‘취업을 위한 공장‘이 되어버린 대학에서 제대로 익힐 수 있을까? 없다. 스스로 그 능력을 익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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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10여 명의 수강생들에게 ‘글쓰기 입문’을 가르쳤었다. 직장인, 공무원, 주부, 대학생, 퇴직한 어르신,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6주 동안의 강의를 했다. 한국산업진흥연구원에서 누적 인원 200명 정도의 연구원과 함께 6주 동안 글쓰기의 시작을 가르치기도 했다.


나는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왜 이 수업을 듣게 되었는지 질문한다. 직장인의 경우는 대부분 업무에 필요한 보고서(기획서)를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를 배운다고 하고, 대학생은 시험이나 리포트를 잘 쓰고 싶어서, 주부들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 일상을 기록하는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콕 집어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글쓰기가 점점 더 필요해지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대답한다.


21세기 최첨단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전형인 ‘글쓰기’가 중요해졌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가 있다. 대면 접촉을 통해 친분을 맺던 20세기에는 ‘말하기’가 중요했다면 글로 대화하며 친분을 나누는 오늘날은 ‘글쓰기’가 중요하다. 관계 맺는 방식이 달라졌고, 말이 하던 역할을 글이 대신하기에 이르렀다는 얘기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교수는 책의 본문에서 "나는 당신이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익혔으면 하는 단 하나의 역량을 들라면, 나는 주저 없이 글쓰기 능력을 들고 싶다’며 ‘흔히 글을 잘 쓰는 것은 작가나 학자의 덕목이지, 본인 하고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이공계나 예술계 쪽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언뜻 글과 멀어 보이는 전공자가 글을 잘 쓰면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내 글을 쓰고 있다’고 느끼려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그 시작을 독서의 연장선상에 놓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평소 ‘독서의 완성은 실천이고, 실천의 시작은 리뷰 쓰기다’라고 주장했다. 글쓰기의 시작을 '독서 리뷰'로 하기를 권한다.


교육전문 작가 최효찬의 <5백년 명문가의 자녀 교육>(예담)에서 이스라엘에서는 학교 교육에서 독서를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 아침에 등교한 이스라엘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서 자신이 읽을 책을 세 권씩 빌려와서 하루 동안 세 권의 책을 읽고 독서카드에 그 책의 요약문을 작성한다.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 도서관 사서 선생님은 학생별 독서카드를 분류해 학생의 관심 분야와 취미 등을 일러주고, 특정 책에 편중되거나 취약한 독서습관에 대해서도 꼼꼼히 짚어준다. 이처럼 꾸준하게 책을 읽으며 13년간의 의무교육을 마치면 대략 1만 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1만 권의 독서량과 책의 요약문과 감상이 담긴 독서카드다.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읽고 느낀 바에 대해 글로 내려놓는 일은 무척 중요하고 생산적이다. 책 읽는 습관을 가진 이들의 공통된 습관 중 하나는 '내게 꽂히는 문장'을 책에 직접 밑줄을 치거나 노트에 적거나 컴퓨터 파일 등에 따로 타이핑해서 저장해 놓는다는 것이다(책 표지 안쪽 여백의 공간에 주목한 문장이 담긴 페이지를 적어놓기도 한다). 그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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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가 주목한 문장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내 눈에 담긴 문장은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나, 백배 공감하는 내용이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훌륭한 표현 등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순간을 넘어가면 다른 문장들 속에 묻힐까 봐, 그래서 나중에 찾지 못할까 봐 따로 덜어놓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을 '글쓰기의 좋은 소재'라고 본다. 책을 읽고 배우고 느끼고 간접 경험한 바를 '내 눈에 담긴 문장'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내 눈에 든 이유들을 담으면 훌륭한 글이 된다. 그런 몇 단락의 글을 모으면 독서 리뷰가 된다. '서평'은 읽은 책을 평론할 정도가 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굳이 '독서 리뷰'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상품을 사고, 어느 시설을 즐겼을 때 리뷰를 하듯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글로 적으면 '독서 리뷰'가 된다.


뭔가 잔뜩 먹어 배를 채웠다면 소화시키고 배설해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처럼 독서 역시 읽은 바를 나름대로 정리해야 내 정신에 들어와서 내 일부가 된다. 독서 리뷰는 독서 후 내 정신에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나는 독서의 완성은 실천이고, 실천의 시작은 리뷰 쓰기라고 믿는다. 책을 읽어서 좋았다면 리뷰 쓰기를 권한다. 그래야 독서가 더 즐거워진다.


내가 ‘독서 리뷰’를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내가 독서 리뷰를 통해 출간 작가가 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나는 블로그를 시작한 2002년부터 책을 읽으면 일주일에 두세 편 정도 블로그에 독서 리뷰를 남겼다. 리뷰를 쓰는 기준은 읽어서 좋았던 책에 대해서는 꼭 리뷰를 썼다(내가 리뷰하지 않은 책은 두 가지의 경우다. 아직 읽지 않았거나, 읽었지만 리뷰를 쓸 만큼은 아니었거나). 그래서 평균 한 달에 거의 스무 권을 읽고 그중 절반 정도 리뷰를 썼다. 책의 선택에 신중했던 만큼 읽고 난 후에는 꼭 뭔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오래 남기려고 노력했다. 굳이 리뷰를 쓰는 이유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공력을 기울여 정독을 했기에 효용을 높이고 싶어서였다. 온전히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얻기에는 리뷰만 한 것이 없어서다. 그렇게 1,000여 편의 리뷰를 쓰던 중 2009년 교보 문고로부터 독서 리뷰를 정리해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아 엄선한 70여 편의 리뷰들을 모은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를 이듬해에 냈고, 그 책을 시작으로 지금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을 읽고 독서 리뷰를 쓰다 보면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긴다. 다음 글에서 독서 리뷰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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