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이것만 하면 70%는 완성한 셈!

혼독 - 혼자라면, 읽을 때다 34

by 리치보이 richboy

제4부. 만렙 독서가, 어떻게 쓸까?


34. 만렙 독서가의 완성은 작가(作家)되기다 (3)



글쓰기, 이것만 하면 70%는 완성한 셈!



남의 이야기는 잘하다가도 막상 자기 이야기를 할 때면 머뭇거리며 말을 더듬는 사람이 있다. 반면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남의 이야기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뭘까? 바로 자기 고백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이다.

TV 토크쇼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고백담'이 대부분이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병을 앓고 있는 가족, 밥을 굶던 신인 시절, 참기 힘은 모욕과 수모의 순간 등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는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유명해졌다’는 말로 끝을 맺으며 우리에게 희망과 감동을 준다. 감동이라는 문을 여는 열쇠는 진심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평소 잘 보여주지 않았던 ‘진짜 나’를 드러낼 때, 사람들은 '그를 알게 됐다'라고 생각하고 그를 보다 친근하게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수많은 리더들이(심지어 대통령까지) 자신의 불우했던 가정환경이나 불행, 심지어 자신의 과오까지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듣는 사람이 무색할 만큼 자신의 단점이나 취약점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접하면 큰 감동을 느끼게 되는데 그 속에 진짜 ‘자기 고백’이 담겨 있어서다.


말을 하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 속에는 나조차 알 수 없는 알 새라 들킬세라 꽁꽁 숨겨뒀던, 그래서 언젠가부터 사라진 듯 잊혔던 나만의 사건, 사고, 경험, 마음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소환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아, 나도 그랬었구나' 하고 새삼 놀라는데, 이는 자주 경험할 수 없는 '내가 나를 보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에 대해 새롭게 알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용서하고, 나를 위로하면서 나를 되찾아간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내가 나를 보는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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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입문’를 강의할 때 대학 졸업을 앞둔 한 남학생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매주 수업을 마칠 때면 글쓰기 숙제를 내주고 수강생들이 쓴 글에 대해 첨삭을 하며 이른바 ‘빨간펜 지도’를 했는데 숙제인 줄 알고 메일을 열었더니 뜻밖에도 ‘자기소개서’가 들어 있었다. 어느 호텔에 인턴사원으로 지원하기 위해 쓴 자기소개서인데 한번 살펴봐달라는 부탁의 메일이었다.


그의 자기소개서는 ‘100점’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참 잘 썼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글을 읽는 내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반듯하게 태어났고, 학교생활도 잘했고, 대인관계는 원만하다는…… 어느 취업 관련서를 찾아보면 있을 법한 전형적인 자기소개서 양식을 잘 따른 글이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다른 지원자들과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내용일 것이 뻔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답장에 이렇게 적었다.


“이번에는 지금 보낸 자기소개서와 전혀 반대의 글을 써보세요. 가족에게 닥친 불행, 당신의 단점, 못된 습관, 그리고 걱정거리까지 이런 내용들을 모두 적어서 다시 보내세요.”


답장은 제출 시한이 임박했기 때문인지 다음 날 아침 도착해 있었다. 그 메일 속에는 회사가 봤더라면 깜짝 놀랄 내용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니 그제야 수강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글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다음과 같은 답글을 보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메일에 쓴 당신의 불행, 단점, 흉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쓰세요.”


다음 날 도착한 자기소개서는 사람 냄새 풀풀 나는 멋들어진 자기소개서였다. 그 친구는 생각은 많은 대신 행동이 빠르고, 어머니를 대신해 신장이 나쁜 아버지를 정기적으로 병원에 모셔야 하기에 항상 한 과목은 ‘펑크’가 나는, 언젠가 부자가 되면 우리나라 낙도마다 도서관을 짓고 싶은 청년이었다. 밥은 두 공기를 먹어야 할 만큼 먹성이 좋지만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루를 산다는 그런 밝은 청년이었다. 약간의 첨삭을 더해 ‘OK!’라고 대답해 줬고, 며칠 후 청년은 무사히 대기업 호텔 인턴사원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글쓰기 수업을 들은 어느 여학생은 애인의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역시 같은 방법으로 어느 대기업의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이들이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첨삭을 잘해서가 아니라 자기소개서에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서’다.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 소개서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자기소개서는 다른 말로 ‘자기 고백서’다. 그래서 장점을 나열한 '나 잘난 글'보다는 단점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면, ‘나는 개선의 여지가 충분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어차피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 이력서에는 적혀 있지 않더라도 사람의 단점은 언젠가 발견되기 마련인데 이때 개선의 여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지 않은가.


반면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소개서는 ‘떨어뜨리기 위한 트집 명세서’다. 늘 비슷한 글만 보다가 자기 고백이 담긴 생생한 자기소개서를 만난다면 지원자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궁금해질 것이다. 한마디로 “이 친구, 한번 보고 싶은걸?”이다.


글쓰기에서 자기 고백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하지만 자기 고백은 연습으로 얻을 수 있다. 스스로 단점이나 취약점에 대해 담담하게 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충분히 익숙할 만큼 많이 고민하기를 먼저 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자기 고백을 담은 글은 진도가 잘 나지 않고 힘들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엄청나다.

글을 쓰면서 자기 고백을 한다면, 즉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나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바라본다면 ‘진짜 나’를 만나고 자연스럽게 나의 한계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짜 나에게 이해하고 화해하는 게 가능해진다. 자기 고백을 자주 하면 점점 '나다운 나'로 거듭난다. 우리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기 고백을 담담하게 할 만큼 스스로와 많이 이야기하고 고민했고, 남에게 스스럼없이 말할 만큼 용기를 얻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없는, 그 멋진 사람의 덕목은 바로 '자기 고백'인 것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모닝 페이지로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해 보자. 그러면 지금껏 내가 쓴 글과는 전혀 다른, 자기 자신이 담긴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를 담은 글쓰기가 가능해지면, 그때부터 글쓰기가 한결 편하고 즐거워진다. 이게 가능하다면 글쓰기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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