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두렵다면 이것말 알자!

혼독 - 혼자라면, 읽을 때다 32

by 리치보이 richboy

제 4부. 만렙 독서가, 어떻게 쓸까?


32. 만렙 독서가의 완성은 작가(作家)되기다 (1)



글쓰기가 두렵다면 이것말 알자!



1.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글쓰기


내 오른손의 중지는 기형이다. 중지 손톱을 감싸는 옆 살은 누구에게 진탕 얻어맞아 혹이 난 것처럼 두툼하게 살이 솟아 있고, 돋아난 살 가운데는 피멍이 박혀 점이 되어버렸다.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왼쪽 중지와 엇비슷하게 평범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중고생이 된 후 6년 동안 중지 손가락은 항상 벌겋게 달아올라 손만 대도 아팠고, 모양도 서서히 흉한 모습으로 변했다. 결국 가운데 손가락은 심하게 기형이 되어버렸고, 그 덕분에 난 대학을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손가락이 변할 때까지 무엇인가 계속 써 왔다는 점이다.


그렇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하루 종일 펜을 쥐고 뭔가를 적는 모습이었다. 영어 단어든, 한자든, 수학 문제 풀이든, 하다못해 교과서 모서리에 낙서를 하든 우리는 뭔가를 끼적댔다. 12년의 의무교육과 또 몇 년의 대학시절을 보내면서 펜을 든 손으로 뭔가를 긁적거렸으면서도 정작 나는 ‘글쓰기’는 하지 않았다. 아니 ‘글쓰기를 못했다’고 대답해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내게 있어 방학숙제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숙제가 ‘일기’였고, 중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던 ‘일탈’을 꿈도 꾸지 않은 건 ‘반성문’이 쓰기 싫어서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이란 걸 쓰고 있다. 뭔가를 끼적거리는 이 짓은 재미없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재미로 치면 둘도 없이 친구와 질펀하게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우는 재미만 하겠나?’ 묻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글쓰기에는 나름의 묘한 재미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내가 나와 노는 재미’이다.


글쓰기는 이태백의 술잔이다. 그가 사랑한 술잔 속에 꿈에 그리던 달이 담겨 있듯, 내가 쓴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 속에 내가 들어 있다. 글이란 것이 묘해서 쓸 때는 내가 되더니 쓰고 난 뒤에는 남이 되어 저 멀리 글에 담긴 나를 보게 된다. 원래 글의 목적이란 ‘남기기’ 위한 것일 텐데 쓰다가 보면 남긴다는 본디 목적은 사라지고 ‘온전히 나를 살피게’ 된다.

글쓰기가 맹랑한 궁싯거리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란 것을 알고 난 후, 나는 글쓰기가 즐거워졌다.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업에 실패했을 때였다. 가장 괴로운 시기에 우연히 글쓰기를 만났고, 그해 34살의 나이였던 나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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