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법을 아는 것은 행복한 재능이다." - 랠프 윌도 에머슨
당신은 아들이 기차놀이를 하고 싶다고 하면 선반에서 기차 선로를 꺼내준다.
딸이 퍼즐놀이를 하고 싶다고 하면 퍼즐 조각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모든 부모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꺼내주는 순간 아이들은 흥미를 잃는다. 혹은 규칙대로 놀지 않거나 다른 것을 요구하거나 갑자기 다른 방으로 가고 싶어 한다.
격분한 목소리로 "그럼 무슨 장난감을 원해?" 라고 소리친다면 요즘을 놓치고 있거나 최소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당신이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함께 노는 것이다. 아이들은 인형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 당신이라는 인형과 놀고 싶은 것이다.
이를 이해하면서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더 수월해진다. 십대 자녀가 반항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부분적으로는 당신을 화나게 하기 위해서다. 중학생 자녀는 왜 모든 것을 아는 척하는가? 당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왜 유아기 자녀는 물을 달라고 했다가 쥬스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가 사실 다르 ㄴ쥬스였다고 말했다가 왜 이제 와서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하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의 게임이다. 이 낯설고 통제불가능항 세상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약간의 권력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들을 지배하는 어른에게 힘을 휘둘러 보는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자. 그냥 즐기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자. 이런 것은 퍼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당신이 장난감이라는 사실만 기억하자.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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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의 이 같은 충고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을 모르고 살다 죽었을 것이다. 이 글 속에 있는 아이 그대로 내 아이가 내게 수없이 많이 행했다. 아이는 나를 '장난감'으로 보고 행한 것인데, 나는 정말로 "내가 니 장난감이야?"라며 화를 냈다. 아이가 정말 나를 장난감으로 본 것인데, 나는 화를 내고 만 것이다. 이런, 젠장!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아이가 내게 함부로 하지 않는 건, 아이가 잘 자란 것이 아니라 조금만 놀려도 화를 내는 늙은 영감탱이로 보는 때문이란 걸 이제야 깨닫다니...지금 이 사실을 안 것이 충격적이다. 라이언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아이는 나를 두고 놀고자 한 것이었다. 그만큼 편하게 본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나는 아빠야'라며 아이에게 등을 돌린 셈이다.
엊그제도 아이와 사우나를 하다가 나에게 찬물로 장난을 쳤다. 받아주고 놀아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사람들이 있는 데서 장난을 친다'고 뭐라고 했다. 사실은 '오늘 쌓인 피로를 풀게 나 좀 내버려두라'는 마음이었는데, 아이에게 뭐라고 했으니...아이가 나를 편하게 생각할 리가 없다. 정말 미안하고 미안했다.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떠 올리면 '에먼 나에게 화만 내던 사람'으로 평가했는데, 내 아이도 나중에 나를 그렇게 평가하는 걸 아닐지 두렵다는 생각까지 했다. 반성한다, 크게 반성한다. 아이가 내게 장난을 치면 '맞먹자'는 게 아니라 '나를 놀이대상'으로 놓는다고 볼 것이다. 친하자는 제스쳐로 보고 같이 놀아야겠다. 곧 사춘기가 올 내 아이, 그 때 되면 내게 말이나 걸까.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정말 잘 놀아야겠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