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에 대처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인성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이에게 이것을 일찍 가르칠수록 승리와 패배가 가득한 바깥세상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세네카는 자신의 수필인 <화에 대하여>에서 자녀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지난 상황에서도 너그러움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기 위한 몇 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동료들과 경쟁을 벌일 때 아이가 못마땅해하거나 벌컥 화를 내지 않게 해야 한다. 투쟁하는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여 투쟁 자체에서 적대자를 해치지 않고 이기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한다. 싸움에서 이기거나 칭찬할 만한 일을 했을 때는 아이가 승리를 즐길 수 있게 허용하되 기쁨에 도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쁨은 의기양양함으로 이어지고, 의기양양함은 허풍과 과도한 자만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요한 가르침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갖길 바라지만, 의지가 너무 강해서 그 의지에 사로잡히는 것은 원치 않는다. 아이들이 이길 때 기분이 좋길 바라지만 그 기분에 너무 의존하거나 중독되어서, 불가피하게 졌을 때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 성공이 그들의 에고를 키우거나 그들의 결점이 불안감이나 자기혐오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모든 일이 그렇듯 균형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감을 가지며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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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reset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게임을 하다가 상대에게 밀리거나 질 것 같으면 승부가 나기도 전에 전원을 꺼버리거나 리셋을 눌러서 다시 시작하는 게임세대들을 일러 부른 말이다. '이생망', 즉 '이번 생은 망했다'고 말하는 것도 리셋 증후군적 생각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이러한 승패에 집착하면서 승리에 과하게 취하고 패배에 심하게 좌절한다. 나는 라이언의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두드러진 경향성의 원인을 게임에 있다고 본다.
게임에 몰두하는 경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현실 즉 오프라인에 발을 디뎌야 할 사람들이 온라인의 가상세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걱정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결국은 승패로 갈리는 게임의 세계에 집착하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이기면 된다'는 그릇된 호승심과 패자를 루저luser로 보는 오만함이 사회생활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괴한 모습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모든 관계를 '게임으로 보고 승부 상황으로 놓아 이겨야 한다'고 보는 편협되고 그릇된 생각이 건강한 사회를 점점 갉아먹으면서 세를 넓히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무한경쟁사회'라 불리는 현실도 큰 문제다. '상대평가로 1문제 에 1등급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내 점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점수가 낮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내가 다니는 학원이나 좋은 교재를 절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나보다 성적이 더 나은 아이가 입원하거나 전학을 가면 호재라고 여길 지경이 되었다.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세상,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심히 걱정이다. 나는 게임과 현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재한 세상이 되면서 게임적 사고가 현실에 그대로 적용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성과 판단력이 형성중인 어린 학생들이 이러한 노출에 취약한 때문이 아닐까.
나보다 낫다고 여겨지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으려 하고,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면 짓밟아 뭉개서 우위를 점하려는 태도와 모습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회를 당황하게 한다. 이에 놀라는 사회의 모습은 마치 좀비영화의 중반에 좀비가 창궐하기 시작할 때 이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 같다. 인간사회를 게임적 시각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건 무척이나 위험하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게임을 심취하는 현상을 두고 '게임중독'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녀를 키운다면, 특히 아이가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 점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