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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대가 박종진이 직접 만든 만년필용 노트 '사각'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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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몰에서 만년필 전용 노트 '사각'이 도착했다.


세트로 구입을 했는데, 이름은 각각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로, 윤동주의 시에서 이름을 땄다.



https://youtu.be/VkTjqNqj9uI?si=l43hJowi4fvnOIAi



녹색의 '별을'은 그문드코튼을 재료로 한 노트다.

120년 전통을 지닌 세계적인 독일 제지회사 그무드에서 자투리 면 섬유로 만든 친환경종이로 만든 노트로, 거친 질감에서 사각거리는 소리, 붓처럼 떨어지는 글씨가 매력적인 노트라고 '겸손몰'은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적인 만년필 전문가 박종진 선생은 가죽형 곤색 표지의 '마음으로' 노트에서 사용한 블로커를 추천했다. 블로커 역시 독일 제지회사 그문드에서 만든 종이인데, 매끄러운 표면으로, 가는 촉을 써도 저항없이 잘 써 져서, 글씨를 빠르게 쓰는 사람이 쓰기 좋다고 이 재질을 평했다. 특히 뒷면이 거의 비치지 않아서 양면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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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노트 '노래하는'은 김어준이 선택한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를 사용했다.

아르헨티나 국영기업의 종이로 사탕수수의 부산물을 가공하여 만든 친환경 재생용지로, 하얗게 표백하지 않아서 시작걱으로 편안하게 늒지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우수한 필기감이 특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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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의 매일 겸손몰에서 구입한 만년필 '베개BEGE'를 가지고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넘겨가며 필사를 하며 그 때 든 내 생각을 일기삼아 쓰고 있다. 열흘 전부터 두 번째 필사를 하고 있는데, 같은 글 다른 느낌으로 쓰고 있다. 새로운 습관치고 참 좋은 습관이 생겼다고 자평하고 싶다.


일단 매일 잠깐의 시간 동안 좋은 글을 읽고, 집중해서 필사하고, 그 때 지나간 내 생각을 글로 내려놓는 이 루틴은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이런 루틴이 수험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루틴을 갖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만년필 베개다.



https://brunch.co.kr/@richboy/525



박종진선생이 직접 터치(만년필 촉을 거의 완벽하게 수정해 줌)했는데, 그 덕분인지 이만한 필기구가 또 없다.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 적당한 필압으로 필체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것이 거의 마법에 가깝다. 어찌나 부드럽게 써지는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알지 못할 만큼이다. 9만 9천원인가 주고 주문해서 거의 6개월을 기다려 받았는데, 이베이에서 다섯 배에 올라왔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케 한다.


게다가 글을 쓸 때 마다 사각거리는 그 소리 역시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즐거움이 되는데, 이 노트의 이름이 '사각'이 아니던가. 베개BEGE와 사각이 만나면 엄청나게 사각거릴 것 같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뭔가를 쓰고 싶게 한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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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글쟁이인 내가 한 부분에 일가를 이룬 사람이 쓴 책을 읽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래 전 읽었던 <만년필 탐심>의 작가 박종진을, <나꼼수> 때부터 들어온 터라 친구처럼 여기는(나이도 엇비스하다) 김어준의 방송 <월간 김어준>에서 목소리로 만난 건 개인적으로는 운명이라 여겼다. 그의 말과 글을 통해 최고의 기술자임을 짐작했지만, 정작 베개BEGE를 만나면서 박종진이야말로 세계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이토록 좋은 루틴을 갖도록 만들어준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그와 김어준이 베개를 위한 노트를 만들었다 하니, 이건 또 다시 나를 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해서, 각권을 파는 걸 세트로 세 권을 모두 구입했다. 필사를 하다가 영혼을 위해 두고 두고 읽을 글을 만나면 '별을, 노래하, 마음으로' 에다가 쓸 생각이다. 그래서 세 권을 마치면 내 아이에게 아빠가 보고싶을 때 펴서 읽으라고 선물을 해 줄 작정이다. 개인적으로 세계최고의 기술자와 내 친구가 만들어준 펜과 노트에 내가 엄선한 글로 채워서 만든 선물을 받을 사람은, 내 아이 밖에 없을테니까.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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