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이야기는 위인들에 대한 책을 읽고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결심한 어린 소년의 이야기다." -헤르만 해가돈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분명히 특권층 집안 출신이었다. 그는 부유하고 사회엘리트였으며 맨해튼에 대저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도리스 컨스 굿윈이 썻듯이, 루스벨트가 누린 가장 큰 장점은 사실 꽤 단순한 것이었다.
"어린 루스벨트만큼 폭넓게 읽고, 많은 책에 접근할 수 있던 아이는 거의 없었다. 집에 있는 방대한 서재에서 책을 고르거나 특정한 책에 대한 관심만 표현하면 눈 앞에 마법처럼 책이 나타났다. 가족 휴가를 보내던 중 그는 자신이 동생들과 함게 소설 50권을 탐독한 일을 자랑스럽게 말해다. 시어도어의 아버지는 저녁 식사 후에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야기와 우화, 격언으로 의무와 윤리, 도덕성을 알려주려 했다."
자녀에게 유명한 가문이나 하버드대학에 기여 입학할 기회, 신탁 자금을 남겨주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게 해주는 것이다. 무제한으로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루스벨트 가문처럼 부유한 유산이나 명성, 고귀한 혈통이 없더라도 독서에 대한 사랑이 풍부한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는 있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
생에 계획이 없었던 '작가'가 된 후 어느 날, '내가 언제 책에 대한 첫인상이 있었던가?' 깊게 고민한 적이 있다. 그 때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화두로 남겨뒀던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불쑥 그 답이 내 머리속에 떠올랐다. 바로 외할아버지의 서재였다.
예닐곱살 때 였나 보다. 잘 찾지 않던 외할아버지의 댁에 엄마의 손을 잡고 간 날이 있었다. 어른들은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고, 하릴이 없던 나는 집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삐걱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사방을 빼곡히 책으로 채우고 있던 서재들을 발견했다. 어둠침침한 방 안 한켠에 있는 창문으로 햇빛이 광선을 쏘듯 밝은 빛으로 방안을 밝혔고, 그 빛 사이로 책먼지들이 떠 다녔다. 무엇에 홀렸는지 그 방에 들어가 몇 바퀴를 천천히 돌며 서재를 손으로 훑었던 기억. 높디 높은 서재에 쌓인 책들을 올려다 봤던 기억, 오래된 책 냄새, 외할아버지의 파이프담배 냄새, 가죽 의자 냄새 등이 내 머리속에 박혔나 보다. 나중에 내 방을 갖고 난 후에 했던 행동들을 따져보면 그 때 나는 '나도 이런 방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독서는 분명히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적 여유와 환경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환경이라고 해도 책을 읽는 습관이 들지 않으면, 제 아무리 책을 많이 가진 집이라고 해도 저절로 책을 읽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시간이 많고 많은 아이였을 때, 머리가 한참 좋아지는 아이였을 때 책 읽는 습관이 들어야 한다. 마치 아침에 일어나면 양치하고 세수하듯, 하루 중 30 분 정도는 자연스럽게 책을 잡을 수 있다면, 라이언의 말대로 "루스벨트 가문처럼 부유한 유산이나 명성, 고귀한 혈통이 없더라도" 그런 습관을 가진 셈이니 얼마나 좋은 습관인가.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의 말을 듣는 셈이니, 경청할 줄 알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건 타인에 대한 공감력도 갖춘 셈이다. 좋은 글을 자꾸만 읽으면 그런 글을 익히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논리적으로 말할 줄 알게 된다. 이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할 줄 알게 되면서 리터러시, 즉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모든 활동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엊그제 강의에서도 말했지만, '아이가 책을 잘 읽기만 하면 왠만한 교육은 끝난 셈이다'.
'책읽기'라는 이 훌륭한 일을 '국어성적'에만 국한되어 생각하고 있으니,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수능국어성적과의 상관관계' 등으로 따지게 된다. 수능은 대학입시를 위한 등용문일 뿐인데 말이다. 대학에 가서도 수많은 시험과 보고서, 그리고 논문을 써야 한다. 직장에 가서도 많은 발표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모든 인간관계, 사회활동이 리터러시가 아니던가. 심지어 배우자를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을 할래도 리터리시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지경인데 '책읽기'를 '국어성적'에만 결부시킬텐가?
친구여, 부모라면 자녀를 책에 접근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줘야 한다. 자네가 인생을 살면서 괴로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충분한 책을 읽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한다면 나의 지나친 생각일까?-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