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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를, 아이는 나를 채워준다

by 리치보이 richboy


아이들은 당신이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



윈스턴 처칠에게 느긋하게 무언가를 보는 법을 가르쳐준 것은 그림이었다. 그는 너무 바빴고 야심에 차있었기 때문에 느긋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관찰력이나 훈련이 부족했다 하지만 예술적인 취미가 그런 태도를 갖게 해주었다.


육아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차 안에서 '아이 스파이I Spy' 게임을 하는 것만큼 관찰력을 키워주는 것도 없다. 헬리콥터는 평생 하늘을 날아다녔지만, 자녀가 헬리콥터에 집착하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샌드라 테이 오코너가 부모나 조부모가 되기 전에도 밖에 나가서 매매를 모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매미를 보여주게 되면서 이 징그럽지만 매혹적인 자연의 일부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주는 즐거움은 우리의 속도를 늦추고, 만물을 알아차리게 해주며, 관찰력을 키워준다. 왜냐하면 우리는 무언가를 가리키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눈을 크게 뜨고 본다. 아이가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는 삶의 속도를 늦춘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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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라이언의 글을 읽으면서 십분 공감했다. 나야말로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온전한 나로 변하고 있구나' 하고 거의 매일 느끼고 있어서다. 특히 매일 자라는 내 아이를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고, 내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나도 그 시절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면서 과거의 나를 추억해 본다. 당시에는 뭘 모르고 자랐을테고, 나이를 먹어서는 살아내기에 바빠서 '어린시절의 나'를 돌아보지 않았을 텐데, 결국은 자녀를 키우면서 과거의 나를 조우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흐릿했던 옛날의 내가 점점 뚜렷해지고, 온전히 '나'로 채워지는 기분을 느낀다. 아이를 키우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 키우기' 아니,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만큼 재미난 일은 없는 것 같다. 내 나이 정도의 인생을 살아보면 산전수전공중전 모두 겪어보고 인생의 단물 쓴물 거의 모든 것을 맛본 정도가 되어, 더 이상 뭔가 새로울 게 없다. 지인도 줄여나가는 판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이유도 없거니와, 설령 그런 기회가 생기면 이래저래 신경쓰느라 피곤하기만 하다(그 점에서 나는 늦은 나이에 배우자 몰래 연애질 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 귀찮은 짓을 왜 하누?'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살면 매일이 새로운 세상이다. 아이가 바라본 세상은 분명 내가 봤던 세상이고, 하나도 새로울 게 없는 세상인데 아이가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와는 다른 생각과 느낌으로 이야기를 해서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된다. 그 재미에 아이에게 되도록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어린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아이에게 제공함으로써 대리만족을 하고 스스로를 위로해주기도 한다. 그 점에서 보면 아이에게는 좋은 경험을 심어주고 나이든 애비는 아이 덕분에 힐링을 하는 셈이다. 어떤가, 이보다 의미있고 재밌는 경험이 있을 것 같은가?


라이언의 글을 읽다가 '매미'를 언급하는 장면에서 그와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 그게 떠올랐다.

2년 전 여름, 아이의 등교길을 책임져줄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아이가 "아빠, 이게 뭐야?" 하며 나무를 가리키길래 쳐다보니 '매미' 였다. 땅 속을 막 뚫고 나와 천천히 나무 위를 기어오르는 성충 직전의 매미. 열 살의 아이도, 그보다 훨씬 훨씬 훠얼씬 더 나이 많은 나도 처음보는 광경. 우리는 시간을 잊고 녀석이 오르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매미는 7년을 땅속에서 살다가 뚫고 나와 나무에 올라 한 달 동안 실컷 울다가 죽는다고 한다. 어느 할아버지한테 들은 기억인데, 그렇기 때문에 "매미가 아무리 시끄럽게 울어도 욕하지 말라. 녀석은 한 달을 저러려고 7년을 버텼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에게 같은 말을 했는데, 내 말귀는 알아들었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날의 그 장면은 내 생애, 그리고 아이의 생애에 있어 첫광경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영상에 담아뒀는데, 오늘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자네에게도 생애 첫 광경이겠지?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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