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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임박, 내 아이와 친구되기!

by 리치보이 richboy


최고의 찬사



톰 브레이디의 아버지는 게리 마이어스의 책 <나의 첫 번째 코치>에서 아들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아들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모든 아버지들이 간절히 바라던 것을 확인받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톰 브레이디의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아버지는 아들과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아들도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아들을 존경하는 것만큼 아들이 나를 존경한다는 말을 듣는 것은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만족스러운 감정이다.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은 나와 같이 골프를 치러 가려고 토요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곤 했다. 아들이 나와 골프를 치고 싶어 한단느 것이 나에겐 가장 큰 기쁨이었다. 몇 년 후 아들은 "토요일 아침에 아버지와 골프를 치러 가고 싶었기 때문에 금요일 밤에는 늦게까지 놀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해주었다.


자녀가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관계를 쌓았는가? 이것은 당신이 그저 손을 내밀고 바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당신의 성격이 마법처럼 가뀐다고 저절로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이것은 당신이 노력해서 관계를 구축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이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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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바 있는데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의 어릴적 시절'을 되짚어보곤 하는데, 그건 정말 뜻깊은 일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기억도 흘러가는 법인데, 이렇듯 옛날을 되짚어보지 않으면 멀리 멀리 흘러버려 아예 잊혀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보며 내가 그 시절엔 무엇을 좋아했더라, 그 때는 어떤 것이 유행했더라 떠올려본다거나 그 때의 맛을 기억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 톺아보기'는 담배연기처럼 피었다가 곧 사라지는 삿되고 허망한 상상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기억 중에 재밌고 의미 있는 것을 아이에게 말해주면 필경 "에에~~ 이게 무슨 옛날 이야기?" 라고 할테지만 말이다.


그 점에서 아이의 관심사에 함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부모로서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로서는 아이가 요즘 대체 어떤 생각으로 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만약 좋아하는 게 있으면 왜 좋아하는지, 그걸 누리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듣는 것은 TV의 패널들이 떠벌리는 이야기들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듣다 보면 나의 그것들이 줄줄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나와 아이는 확실히 뭔가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고,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이를테면 아이가 최근 좋아하는 '유로트럭' 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큰 트레일러로 유럽전역을 돌며 제품들을 운송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내는 당장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런 게임을 하냐?' 고 퉁을 놓고 저지하려 들지만, 내가 아내를 설득해서 프로그램을 깔아주었다. 처음에는 키보드로 운전을 했는데, 그것으로는 운전하는 참 맛도 모르거니와 안쓰럽기도 해서 핸들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십만원이 훌쩍 넘어 흠칫 놀라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기말고사를 마친 직후 유로트럭이 여름방학 특집이라고 서유럽과 남유럽 프로그램을 대폭 할인해서 판다고 해서 이것도 아내 몰래 결재해 주었다. 기말고사 성적이 좋게 나와 선물을 해 준다니 이번에는 전문가용 핸들을 사 달라고 해서 20만원 가까이 돈을 주고 사 주었다. 아내는 아이를 망친다고 길길이 뛰었지만, 나는 아이가 유로트럭을 좋아하는 이유를 안다. 재작년부터 작년 여름까지 3회에 걸쳐 유럽의 16개국을 패키지로 다녀왔는데, 그 때 고급리무진 버스로 이동하면서 느낀 유럽의 도로와 풍경 들이 좋았던 것 같다. 가끔 아이가 운전을 할 때, "전에 우리가 여행을 했던 지역을 관통하고 있다!"며 내게 알리기도 했어서다.


부모 둘 중 하나는 아이의 이런 마음을 알고 들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어릴 적 부모로부터 그런 것을 받지 못해 외로웠고, 그것을 해소하려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가족과는 겉돌았던 것을 보면 부모로서나 나로서 가족애를 느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었다. 그것이 반면교사가 된 셈인데, 아이에게 부모로부터 비롯된 외로움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아울러 아이는 계속 크고 나 역시 계속 나이를 먹어서 이렇듯 아이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유효기간 동안 아이와 더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오늘 라이언의 글에서 말하는 그 '노력'이 지금 나의 '노력'과 닮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어울리는 시간만큼 의미있는 시간은 없다. 이 글을 읽는 친구는, 그걸 알기를 바란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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