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가족과 함께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고옥'을 다녀왔다.
기말고사를 마친 다음이라 '먹고 싶은 게 뭐냐?' 물었더니, 히츠마부시 장어덮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다.
녀석의 최애 음식 '돈카츠'가 아닌 게 어디냐 싶어 내달렸다.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 여서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우리는 주말 외식을 식사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가 먹는 편이다. 줄을 서기가 싫어서다).
내가 이곳에 오기 시작한 건 어언 30년에 가깝다. 전에는 히츠마부시가 아니라 한국식이 가미된 장어덮밥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 '히츠마부시'를 시작했다고 하는 걸 보면, 가게를 넓히면서 그리 했는가 보다 싶다. 여튼, 히츠마부시 요리로는 이보다 나은 장어집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이곳을 통해 장어구이 먹기를 배운 아이 역시 '고옥은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곳'이라고 극찬하는 곳이다.
조촐하지만 신선한 식전 샐러드로 입맛을 돋우고 있으면 히츠마부시가 나온다.
테이블에 놓여 있던 설명서에도 있듯 '여러 방식'으로 맛있게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는 히츠마부시. 장어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고, 진하고 풍미좋은 타래(장어덮밥 소스)와 비벼 먹으면 기가 막힌 맛이 피어난다.
히츠마부시를 비롯해 덮밥이나 구이 같은 장어요리 집을 갈 때 실패하지 않으려면 우선 장어요리만 하는 전문점을 가는 것이 가장 좋고, 되도록 영업을 한 지 오래된 곳을 가기를 추천한다. 장어요리의 맛이 제대로 나면 정말이지 기가 막힌데, 아주 약간의 차이로 잔뜩 비리거나 식감이 엉망이 되어 실망할 수 있어서다. 한마디로 '디테일이 특히 중요한 요리'가 장어요리인 만큼 오래된 전문점을 꼭 가기를 바란다. 이런 곳에서 장어맛을 제대로 알게 되면, 한동안 다른 맛집은 갈 수 없을 만큼 중독성이 강하니 이 점도 유의하기를.
그런 점에서 고옥은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히츠마부시 요리집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