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이토록 정신을 바짝 차렸다는 느낌을 받으며,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혀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내 반드시 결혼을 꼭 잘하겠노라고 각성하며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던 시점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한다. 2021년 1월, 강남역에서 역삼역으로 가는 도로가 전부 폭설로 마비가 되고, 버스가 미끄러져 내려올 정도였던 강한 폭설과 추위와 사고가 있었던 그 해 겨울, 추위만큼이나 내 마음도 시리고 아렸다. 이별이 아팠던 게 아니었다. 내 꽃다운 30대 초반의 시절이 어떤 미친놈에게 낚여 흘러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에 절망스러워하는 내 신세가 아팠다. 그 당시 나에게 남은건 빼도박도 못하는 30대 중반 나이의 나와 5000만원이 넘는 빚뿐이었다. 30대 초반에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던 내 바람이 다 무너진 34살의 겨울, 이별의 슬픔이나 우울도 잠시, 드라마 야왕에 나오는 주다해(수애)처럼 이 시궁창같은 상황을 반드시 타개해서 올라가겠노라고 결의에 차게 되었다.
야망녀 주다해(!)
지난 2년의 시간을 되돌릴 순 없겠지만, 더 이상의 시간 낭비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강력했다. 내 인생을 갈무리 해보니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최악이었던 경험들과 시간들을 보냈던 역대급의 2년이었다. 관악구에서도 가장 열악한 동네였던 곳, 언덕길이 있고 길가에 바퀴벌레가 지나다니는 게 이상하지 않은, 하수구 냄새가 늘 거슬리게 났던 곳, 반지하에서의 생활.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열악한 환경과 가난을 맛보게 되었고 이 때의 경험으로 인해 ‘경제적 안정감’이 배우자 선택은 물론이거니와 인생의 최우선순위가 되었다. 자수성가로 큰 부자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얻은 이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환경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을 보았다. 그들에 비하면 내가 겪은 2년은 아무것도 아닌 경험일 수 있겠지만 ‘가난’이 무엇인지, ‘최악의 환경’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고, 이 나락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올라가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가 발동되었던 시간들이었다.
물론 저 환경은 내가 자초한 것이었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앞서 미친놈이라 언급했지만 구태여 그의 신상과 실수에 대해, 어떤 금전거래와 서사가 있었길래 그 환경으로까지 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구구절절히 언급할 필요는 없다. 말하고자하는 바는 경제적 어려움이 뭔지 몰랐던 철부지였던 내가 갑자기 가난과 역경을 맛보게 된 것이 큰 동기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좋은 남자를 알아보는 눈이 있고, 내가 그런 좋은 남자와 만날만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런 남자를 만나 이상적인 교제를 했더라면 이런 역경을, 나락으로 가는 시기를 과연 겪었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결혼을 하여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 때 그 나락의 경험을 하게 된 것이 결혼에 대해 제대로 각성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고 여기고 있긴 하다. 또 내가 남자보는 눈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어 남자보는 눈을 키워야 될 필요성도 느낀 기회였기도 했다. 또 먼저는 내가 괜찮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괜찮은 여자가 되어야함을, 아주 구체적인 스펙들도 갖춰야겠다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결론은 2021년 1월 이별 이후 얼마 안되어 수도권 상급지에 집 1채와 차 1대의 재산을 갖추어 놓았고, 거주지와 직장 모두 서초로 옮겼으며 급여 또한 석사 졸업 책임연구원으로 괜찮은 급여를 만들어 놓았다. 이 대각성의 시기로 인해 이후 나의 성장은 물론이거니와 반년동안 많은 자산가들을 결혼상대자로 물색하며 150번에 가까운 소개팅을 하고, 나머지 반년은 수많은 능력남들 중 자수성가한 남자와 교제하여 다음 해 1월에 끝내 결혼을 했다. 대각성 이후 결혼까지 이뤄낸 시간, 딱 1년이었다.
#매력자본과 경제자본의 상호 교환
능력있는 남자를 원하는 여자들이 욕을 먹는 이유가 뭘까 나는 이 때 깨달았다. 어느 누구도 배우 전지현이 1000억대 자산가를 만난 것에 대해서는 돌을 던지지 않는다. 왜일까. '전지현 정도면 그 정도 남자는 만나도 되지.' 라는 생각이 모든 사람 마음과 머릿 속에 저절로, 본능적으로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3티어의 매력자본을 가진 여자는 3티어의 경제력을 가진 남자를 만나게 된다. 다시 말해 여자의 매력자본과 남자의 경제 능력은 상호교환된다는 것을 나는 150번이 넘는 소개팅을 하면서 깨닫고 또 깨달았다. 알파피메일이 알파메일을 만나는 것이고, 남녀관계 상호 Give and Take의 관계인 것이다. Give and Take 이라는 것이 ’내가 1억을 가져가니 너도 1억을 가져와.‘ 식으로 남녀가 동일한 경제능력이 상호교환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여자는 남자의 능력을 보는 것은 동서고금과 역사를 막론하는 유전자의 본능이다. 다시말해 남녀 평등사회네 뭐네 하는 얘기들과는 전혀 별개의 얘기로 결혼, 가정에서의 남자의 기대역할, 여자의 기대역할이 있기에, 서로의 니즈가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시 내 얘기로 돌아가자면, 2년간의 좋지 않았던 연애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낸 것에 대해 개탄하게 된 것이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야겠다 결심한 강력한 동기였다면, 내가 가진 매력자본은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나름의 계산이 선 이유였다. 내가 가꿔온 나만의 매력자본이 있음을 알았고, 그리고 이 매력자본이 자산가와의 결혼시장에서 나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있었다. 결과는 내가 선택 우위에 있었던 150번의 소개팅들을 했고, 99%의 애프터 신청을 받은 것이겠다. 아무런 매력자본을 갖추지 않고 결혼 시장에 나가게 된다고 생각하면 칼과 방패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내가 갖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고자 할 때 전지현만큼은 아니더라도 욕을 먹지 않을 수준의 매력자본, 사회적자본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결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육아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아직 더 있다. 2년 간의 망한 연애가 강력한 동기였다지만, 또 내가 매력자본을 가졌으니 충분히 능력남을 만날 수 있을거라 예상한 것도 충분한 이유같지만, 정말 결정적 이유는 '아기', 바로 육아에 관련된 문제였다. 아기를 너무나 갖고 싶은 나이가 된 것이다. 성향상으로도 아이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둘 이상은 낳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경제적 이유로 아기를 못갖게 되거나,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유로 아이에게 집중해주지 못할 환경을 제공할 결혼생활은 할 생각이 없었다. 나의 어렸을 적은 엄마의 부재가 컸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느라 늘 바쁘셨고 거의 할머니가 길러주다시피 하셨다. 할머니와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에 따로 내맡겨진 것도 아니었지만, 또 부모님께서 많은 사랑을 나에게 주셨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어있는 마음의 빈 칸이 있음을 느끼며 살아왔다. 아마 집이 폭삭 망하고 난 이후 청소년기 내내 할머니와 둘이서만 살게 된 게 가장 큰 이유일터였다. 유년시절과 청소년시기 때 엄마 손때가 타지 못한 나의 이 심리적 경험들로 인해 내 아이에게는 충분한 사랑과 손길로 안정된 애착을 주고 싶은 마음이 풍족한 결혼생활을 하려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럴려면 생계를 위해 엄마가 맞벌이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선 안되었다. 워킹맘이 되는 순간, 아이를 조부모에게 맡기거나 1세도 안된 아기를 어린이집 같은 기관에 보내거나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아이를 낳아보니 이것만큼 가슴 쓰리고 고통스러운 게 없다는 걸 느낀다. 회사에서 애기가 보고싶어서 근무 중에 눈시울을 붉히는 여자 팀장님도 본 적이 있는데, 이게 무슨 고통인가 싶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며 임신하고 출산하여 이제 사랑하는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데, 핏덩이를 떼어놓고 생계 때문에 돈을 벌러나가야 하다니. 결혼이 어느 순간 여자의 희생이 당연한 것처럼 된 것 같다. 아기를 안정적으로 돌보기 위해서 여자가 돈을 벌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으로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제력이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로만 소개팅을 하게 되었고, 그들 중에서 나와 가치관이 비슷한, 또 갈등이 있을 때 서로 조율이 가능한 소통언어를 가진 사람을 고르고 고르게 되었고, 끝내 한 사람으로 수렴이 되어서 반년동안 밀도 높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이 책을 쓰고 간간히 연애,결혼 관련 상담을 하는 것 외에는 육아에만 올인하고 있다.
중산층 이상의 생활 환경과 삶의 질, 내가 가진 매력자본과 상호교환되기에 충분한 경제능력, 일하러 나가지 않고 전업으로 애착육아를 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 등 이상의 이유들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안정된 경제 능력을 가진 남자, 거주지에 대한 안정성이 있는 남자를 제일 우선순위로 꼽게 되었다.
그래서 대기업, 공기업 등의 직장인이나 임원,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 300억대 이상의 자산가, 부동산 전문가까지 정말 다양한 직군의 남성분들을 소개팅받고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코로나가 한참인 시기였지만, 코로나같은 환경적 영향은 결혼을 잘하고자 결심한 나에겐 방해조차 되지 않았다. 숨길 이유도, 포장할 이유도 없이 정말 이상의 이유들로 능력있고 경제력 갖춘 남자분들을 소개 받았고 그들과의 썸과 교제 가운데에 단 한 사람을 찾아내어 끝내 결혼을 했고, 현재 행복한 결혼 생활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