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에 대해 3편
21년 새 해가 밝았고, 코로나의 두려움으로 인해 시무식 역시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공포의 한 해의
시작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코로나보다 무서운 회사(인사팀)의 퇴사 압력이 더 무서운 한 해의 출발로 기억이
되었지만.
1월이 되어서 연말 인사 때 아무 곳도 나를 받아 주는 곳이 없어서, 소위 중간에 떠버리는 사태가
일어나게 될 판이었다.
돌이켜 보면 이 조직에 경력사원으로 처음 입사했던 2010년에는 지금 그룹 총수가 CSO로 있을 때
그분의 Staff역할로 이 조직에서는 나름 파격적인 연봉과 Sign On Bonus를 받고 입사를 했었던
나였는데 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나 보구 나를 느끼는 순간이
21년 새 해 들어 거의 매일이었다.
인사팀장이 1층 커피숍에서 차 한잔 하자고 사내 메신저를 보내왔었다.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몸에 열이 많고 짤뚱한 그래서 한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니던 나보다 3살 아래에 연차가 아래인 인사팀장은
언제나 아이스 라때 큰 사이즈를 마시는 사람인데,
난 그 사람과 몇 차례 만날 때마다 커피 맛이 별로 없어(누가 나가라는 인사팀장과 마시는 커피를 반기겠냐만은) "저도 같은 걸로 주문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던 기억이..
시원하게 법인카드로 결제한 후 커피를 내어 주고선 하는 말이,
"차장님이 계속 버티셔서 어쩔 수 없이 다음 주부터 인사팀으로 자리 옮겨 주시면 되겠습니다"
팔자에도 없는 인사팀에서 뭘 하라는 거지..
다른 질문이나 어떤 말도 나는 하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 식구를 위해 열심히 버텨 보겠습니다)
나는 기존에 있던 팀 동료?(동료라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하다. 하지만.. 뭐)들 조차 거들떠보지 않은 상태로
아침 일찍 출근해서 자리를 옮겼다.
짐이라고 해 봐야 노트북과 자리에서 신는 슬리퍼가 전부여서 단출했다.
인사팀으로 가니 신입사원 옆 자리 말석 통로 쪽에 정리되지 않은 비품들이 잔뜩 자리에 얹어져 있었다.
어느 누구도 아는 척하지 않고,
옆자리 신입사원(입사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대졸 공채 여 사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과
앞자리 서무직원만이 내가 앉을자리 비품 정리로 인해 아는 척을 한다.
자리에 앉아서 PC를 켜고, 멍하니 생각해 봤다.
"이제 올 때까지 온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하지.."
그렇게 시간은 더디게 흘러 점심시간에 홀로 남겨졌고, 또다시 퇴근 시간이 오고, 조용히 일어서서
팀장께 인사드리고 집에 가는 투명인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