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에 대해 10편
3개월 간 그 부동산 자산관리회사, 그건 그들의 표현이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기획부동산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가장 많아 자주, 반복해서 들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니까..
처음 출근?을 해서 하루, 그리고 한 주의 일과를 살펴보니,
월요일 - 전체 조회, 자칭 회장님 훈화 말씀, 이후 대표님 혹은 이사님 정신교육 시간
화요일 - 오전 급조된 대표님 2 혹은 이사님 정신교육 시간
(이곳은 회장 1명, 대표이사 2명, 이사 3명, 실장 2명, 팀장 3명.. 많다 참..)
수요일 - 오전 수영모임, 이후 강연
목요일 - 오전 조깅 모임
금요일 - 회장님 특강
주 별로 특이한? 행사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본 것이며.
오전 강연과 오후 2시가 되면 각 팀 별로 서서 사전에 회장을 비롯한 이곳 간부들이
만들어 놓은 대본을 서로 역할을 나눠서 훈련을 하는 시간을 갖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는데..
가령 이런 것이죠.
고객: 회사(사무소) 위치가 어디에 있는 거죠?
직원: 송파구청 건너편 먹자골목에 있습니다 - 잘못된 답
송파구청 KT 사옥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 대본의 모범 답
고객: 주로 무엇을 취급(거래) 하나요?
직원: 일반 주택(아파트/빌라/오피스텔) 중개부터 경공매, 토지 매매까지 합니다.
(결국 토지 매수를 권하기 위한 장황한 부연 설명을 교육시킵니다)
고객: 그 토지 그럼 지번(위치) 좀 알려주세요?
직원: 지번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직접 나오셔서 설명드리는 게 이해가 쉬울 겁니다.
(어떻게든 사무실로 나오게 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위의 사례는 기억나는 아주 단편적인, 일반인도 이해가 쉬운 것을 예시로 들은 건데요,
결국 이 훈련시간에는 회사(기획부동산)를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손님에게 잘 읊어서 사무소로 나오게끔 만들게 하는 그런 내용이 주입니다.
이러한 것을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생각하며 최소 1시간 이상을 할애합니다.
회장
대표이사(부동산 부문, 외식 부문)
이들이 강하게 판매하고자 하는 강원도 모 지역에 카페를 차려서 운영 중입니다.
그래서 그곳 역시 영업의 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더군요
이사(부동산 부문, 외식 부문, 개발 부문)
실장(지원실장)
팀장(영업 3개 팀)
직원(수석/기존/신규)
계약을 했느냐 즉 이들이 팔고자 하는 토지계약을 6개월 내 2건 이상을 하게 되면 '수석' 혹은 '기존'이 됩니다.
기존과 신규의 차이는 기존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계속 출근을 할 수 있으며,
소액이지만 꾸준히 일정 고정급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신규'직원들은 기획부동산 입장에서 보면 직원이자 또 하나의 유력한 '고객'인 셈입니다.
앞서 회장님, 대표, 이사님의 정신교육 시간이 자주 있었음을 언급했는데요,
이 분들의 교육의 결론은, 좋은 토지 손님에게 권하기 전에 자기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즉, 직원인 너희들이 먼저 사서. "봐라 나도 등기했다, 그래서 너한테 권한다" 이렇게
접근하라고 강요를 시킵니다.
'자기 계약'의 숭고함과 중요성 그리고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말이죠.
실제 자기 계약을 하는 직원은 계약자가 나올 때마다 전 직원들 앞에서 칭송과 현금으로 수수료를
받게 됩니다.
웃긴 일이죠. 자기 돈으로 회사 땅을 사고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이
(좋게 표현하면 캐시백 서비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놀라운 건, 누가 저렇게 강요한다고 직원들이 자기 계약을 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5명 입사하면 1명은 계약을 한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참고로 1주에 5명씩 입사하고 그 입사자만큼 나가는 구조로 돌아가는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자기 계약을 한 직원들은 정신교육 시간에 또 '간증'을 합니다.
이 땅을 구매해서 얼마나 마음이 좋고 어쩌고 저쩌고...
이들의 구슬림과 꾐이 참...
결국 이들은 일반적인 기획부동산처럼 OutBound TM(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닌
직원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뽑은 후, 정신교육을 시켜 그 직원 혹은 직원 가족에게
자기들의 토지를 판매하는 것이 메인 수익모델인 일종의 '다 단계'같은 조직인 셈인 거죠.
더 교묘한 수법은,
이들이 토지를 판매할 때 일반적인? 기획부동산처럼 '맹지'나 '개발제한구역'과 같은
터무니없는 땅을 쪼개고 쪼개서 여러 명의 공동소유로 만든 후 소유권 사용제한을 가하는
방식이 아닌,
좀 그럴싸한, 지목 역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대'로 변경을 해주고 일반적인 형질변경까지
다 해 준 후 판매를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마진은 어림잡아도 엄청난 수준인데요.
저렴한 원형지 수준의 가격으로 매입을 하여, 형질변경의 공사비와 인건비 + 기타 경비에
해당 토지 한 필지 판매 시 거래가의 2%를 수수료로 책정해서 주고 남을 만큼.
인근 지역 공시지가에 비해서 10배 수준의 판매 가격으로 팔고 있으니,,
토지에 대해 어설프게 하는 사람들이 넘어가기 딱 좋은 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 역시 있는 동안 자기 계약에 대해 많은 권유를 받았었고,
지인 영업을 강요받았었습니다.
물론 저는 자기 계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인 영업도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9편) 번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일단 '실업 급여'가 나올 때 까지는 뭐라도 경험해 보자는
생각이 그 시발이었다면, 이후로는 어떤 '땅'을 사면 안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도 사람을 현혹시킬 수 있겠구나라는..
그 내용은 다음 편에..
(다음 편에 계속)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