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강원도에 좋은 땅 있는데 사실래요?

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에 대해 9편

강원도에 좋은 땅 있는데 사실래요?



'합격'과 급여는 없지만 고정적인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기쁨과 설렘으로, 잠실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부동산에 관련한 직무? 교육을 받으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첫날 O/T 때 동기생? 들에 대한 소개로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뭐. "나만 잘 익히고 일 잘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교육에 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교육과정은,

주택 거래, 부동산 중개 실무, 경매와 토지 거래, 최근 부동산 정책 이슈, 선배와의 대화

이 정도 커리큘럼으로 기억이 되며, 나름 네이밍만 들어 봤을 때는 체계적인 교육이란 느낌이 들긴 했었죠.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타이틀과 내용은 전혀 맞지 않았던 주먹구구식의 진행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첫 강의를 맡게 되신 분의 질문.


"이 중 자격(공인중개사) 증 있으신 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라고 하는데, 자격증이 나 말곤 없다? 뭔가 느낌이 싸하더군요.


이 분의 교육은 간증?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 법인에 와서 부동산에 눈을 뜨고 그래서 수원 광교에 아파트를 사게 되었고 회장님?(여기 법인의 우두머리를 회장이라고 칭하더군요)의 부동산 식견으로 인해 돈을 벌고 있다는 내용..


뭐 본인을 모시는 상사를 칭송하는 것은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틀 째, 

강의자료가 별도로 준비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강사님(뒤에 알게 되었지만 영업 3개 팀 중 한 개 팀장님)께서 본인 지인 이야기, 본인 지인의 지인 이야기

부동산 투자한 사례를 막 마구잡이로 이야기해 주십니다. 


뭐 그냥저냥 커피 한잔 마시면서 들을 만은 했으나, 이런 내용이 교육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까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들었습니다.


셋째 날,

젊은 남자 강사님(역시 영업팀장님 중 한 분)이 들어오셔서, 

본인 살아온 이야기(아직 젊은데 뭔 인생에 파도가 그리 많으신 건지)와 본인 동생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슬슬 듣기 짜증이 나더군요.

기본적인 부동산 실무와 관련된 내용이 아닌 신변잡기 이야기.. 


이게 교육 콘텐츠라고 할 수 있나 싶더군요..


매몰비용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3일 차까지 온 거 4일까지 채워 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나흘 째,

최근 부동산 트렌드 이슈라고 하면서 강원도 모 지역의 개발 현황과 호재? 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본론이 나오더군요.


"여러 분이 입사하시면 이 회사 물건을 여러분의 소중한 지인과 고객에게 판매하셔서 그분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셔야 한다고.."


강원도의 토지가 그런 가치가 있을까?


하.. 한숨이 나오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세일즈를 하기 위한 삼 일간의 밑밥이었고 내 시간을 갉아먹었다는 생각에 말이죠.


전혀 공인중개사 자격과는 무관한 단순 판매, 영업인 '기획이 아닌 척하는 기획부동산'과 같은

그런 곳이었던 것이죠. 




집으로 돌아와 주말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정상적인 법인은 아니라는 것을 제 경험상 알 수 있었지만, 

모처럼 출퇴근? 할 기회와 집에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사기꾼들은 어떻게 사기를 치는지 알아두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실업급여 끊길 때까지만 나가 볼까?...



그렇게 정식 입사를 하고 출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은 진행형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